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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98. 피 : 그리스도의 피는 완벽한 정화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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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당신의 살을 먹고 피를 마실 때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림은 예수님께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최후의 만찬`(디에릭 보우츠 작품, 1464~7년, 벨기에 루벵 성 베드로성당)
 

   피는 몸 속의 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세포의 신진대사에 의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회수해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혈액량은 어떤 조건에서도 일정량을 유지하려 하며, 사람과 같은 척추동물의 피가 붉은 색인 것은 적혈구 안의 철분이 산소와 결합해 붉은 색을 띠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는 우리 몸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피는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갖고 있다. 고대인들은 붉은 피가 생명, 죽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피는 불안과 공포, 경외감을 느끼게 했으며, 폭력과 부정함, 죄, 임박한 심판에 대한 불길한 상징으로도 간주됐다. 반면에 희생제물을 언급할 때는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
 성경에서 피는 많은 것을 의미하고 상징한다. 피는 인간 생명의 원천으로 인간성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된다(1코린 15,50). 따라서 피가 없으면 인간은 흙으로 돌아간다. 피가 없다는 것은 우리 인생의 덧없음과 죽어서 썩어질 특성을 나타낸다(1코린 15,49). 반대로 피는 생명이 위태로움(2사무 23,17), 생명이 몸을 빠져나감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피는 범죄로서 상징도 갖고 있다. 이는 폭력에 의한 죽음으로서 피의 이미지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남의 피를 흘리게 한다는 것은 살인을 뜻한다. 그래서 살인자를 `피의 사람`(2사무 16,7)이라 부르고, 살인죄를 그냥 `피`라고 부르기도 한다(호세 1,4).
 인간이 피를 흘리는 것을 더러운 죄라고 여기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무죄하게 흘린 피는 그 땅까지 더럽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하느님 백성은 그러한 더러움이 하느님께서 자기들에게 주신 거룩한 땅에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민수 35,33-34).
 피를 종교의식에서 사용하면 인간에게 속죄와 정화, 보호와 해방, 곧 생명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피는 성소와 성전 자체를 정화하고 속죄하는 데 쓰인다(레위 16,15-16; 에제 45,18-20). 또 성경시대 사람들은 피가 죽음의 힘을 막아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은 집 문에 피를 바름으로써, 피가 그들의 생명을 보호해주고 그들에게 해방과 자유의 길을 제공한다고 여겼다(탈출 12장).
 구약성경에서는 피를 먹지 말라고 단호하게 가르친다. 사람의 피는 물론 동물의 피를 먹는 것도 죄로 명시된다. 하느님께서는 피가 들어있는 살코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엄하게 이르신다(창세 9,3-4). 짐승의 생명이 피에 있고, 생명을 고기와 함께 먹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신명 12,23).
 생명은 오로지 하느님의 것이다. 만물에 생명을 주고 또 거두는 것은 하느님의 절대적 권리다(창세 3,19). 따라서 생명과 직결된 피를 먹지 않음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래서 짐승의 피를 먹는 것은 하느님의 주권을 거스르는 배신행위로 여겼다(1사무 14,33).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살을 먹고 당신의 피를 마셔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고 역설하신다(요한 6,54-56). 그리스도의 피는 완벽한 정화와 속죄, 해방과 거룩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로마 3,25).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0-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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