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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100. 할례 : 이방 민족과 구분 짓는 표지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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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 예수의 할례(루벤스 작, 1605년, 비엔나 아카데미 박물관 소장)
 

할례란 음경의 표피 전부 또는 일부를 자르는 행위이다. 이 의식이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할례가 하나의 의식으로 여러 민족에 분포됐다는 점과 금속칼보다는 돌칼을 널리 사용한다는 점은 이것이 매우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할례를 받는 민족들 중 어떤 민족들은 결혼 직전에 행하기도 하고, 어떤 민족들은 종교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됐을 때나 출생 뒤 바로 행한다. 아기에게 할례를 베푼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모르던 관습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할례는 매우 낯선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집트와 서남 아시아, 아라비아에 걸쳐 살던 셈족 대부분, 아프리카 여러 부족들, 오스트레일리아와 아메리카 원주민 여러 부족들 등이 할례를 행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행하고 있는 민족들이 많다.
 성경에서 보면 할례는 이스라엘에서 모세 이전부터 실행됐을 가능성이 많다(창세 34,13-24). 할례가 이스라엘에서 본디 어떤 의미로, 무슨 까닭에 행해졌는지는 분명하지 않다(창세 17,23-27). 하지만 이스라엘에서 할례는 하느님께 선택된 민족인 `계약 공동체`에 들어간다는 상징이 됐다. "너희는 포피를 베어 할례를 받아야 한다. 이것이 나와 너희 사이에 세운 계약의 표징이다"(창세 17,11).
 그래서 할례는 이스라엘과 이방 민족들을 구분 짓는 표지가 되기도 한다(판관 14,3). 아브라함의 남자 후손들은 할례를 받는다는 것이 하느님께서 자기들 조상 아브라함과 체결하신 계약을 자기 몸에 직접 표시하는 것이라 믿었다. 유다인의 세계관에는 하느님이 세계 여러 민족 중에서 유다인을 특별히 선택하시어 선민(選民)으로 세웠다는 자부심이 짙게 배어 있다. 이런 까닭에 할례를 받은 유다인은 할례를 받지 않은 비유다인을 천시하며, 그들은 하느님이 내리신 특권을 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할례는 마음의 껍질을 벗는 것이며(신명 10,16), 의무를 의식하는 것이었다. 할례를 통해 죄가 사해지지는 않았지만 죄의 사함을 위한 조건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약과 함께 할례는 의무적 의식에서 벗어났다(사도 15,1-20; 로마 2,29). 그리스도인은 할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것이 아니라 세례를 받음으로써 하느님과 계약을 맺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초대교회에서는 할례로 인한 대립이 발생했다. 유다인이 아닌 그리스도인들도 할례를 받아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결국 예루살렘에서 사도회의가 열린 끝에, 할례는 그리스도교 입문의 의무가 아니라고 선포됐다(사도 15,1-21). 초대교회는 교회에 들어온 신자들에게 이러한 `모세의 법`을 의무조항으로 하지 말자고 정했던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믿음은 할례를 받았는지 여부보다 사랑으로 표현된다고 강조했다.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라 5,6).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외적 율법이 아니라 사랑과 나눔이라는 마음의 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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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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