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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상징] 118. 씨름 : 축복을 간구하는 인간 끈기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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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사와 씨름하는 야곱(구스타프 도레 작, 1855년)
 

예전에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때면 텔레비전에서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던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씨름이다. 우리나라 씨름에는 여러 체급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씨름 경기의 백미를 천하장사전으로 꼽고 싶다. 왜냐면 다른 경기는 참여할 수 있는 체중에 제한이 있지만 천하장사는 무제한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연상시키는 경기를 볼 수 있다. 또한 씨름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기가 아니라 힘과 기술의 절묘한 조합으로 겨루는 경기임을 확실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씨름은 두 사람이 맞잡고 힘과 기술을 부려 상대를 먼저 땅에 넘어뜨리는 것으로 승부를 결정하는 경기다. 이러한 씨름에 대한 오래된 흔적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 인도, 그리스 등 세계 곳곳에 남아 있다. 고대 그리스 벽화에도 씨름하는 그림이 있으며, 석가모니가 왕자 시절 사촌과 씨름 겨루기를 했다는 기록이 불전에 남아 있다.
 또한 중국에서도 한무제 때와 진(秦)나라 때 씨름을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씨름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 남아 있는 씨름에 대한 기록은 조선 세종 때 제작된 「고려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세종 때는 씨름을 장려했으며, 무예 종목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조선시대 김홍도의 풍속도에서처럼 씨름에 관한 그림이 많은 것은 당시 씨름이 매우 대중적 경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씨름은 때론 싸움의 원인이 돼 한때 씨름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성경에서 씨름이 처음 언급되는 것은 창세기에서 야곱이 하느님과 씨름해 이스라엘이란 이름을 얻게 되는 대목이다. 이사악의 둘째 아들인 야곱이 장자 상속 문제로 불화 상태에 있던 형 에사오와 화해하기 위해 그를 만나러 가는 도중 어떤 사람과 만나 밤새도록 씨름을 겨뤘다.
 "그러나 야곱은 혼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타나 동이 틀 때까지 야곱과 씨름을 하였다. 그는 야곱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야곱의 엉덩이뼈를 쳤다. 그래서 야곱은 그와 씨름을 하다 엉덩이뼈를 다치게 되었다"(창세 32,25-26).
 그리고 날이 밝자 그와 겨루던 사람이 "네가 하느님과 겨루고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으니, 너의 이름은 이제 더 이상 야곱이 아니라 이스라엘이라 불릴 것이다"(창세 32,29).라고 했다. 그 뒤 이스라엘이란 이름은 하느님께서 축복을 내리신 야곱과 그의 후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씨름은 하느님에게 축복을 간구하는 인간 끈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도 `하느님과 씨름한다`는 개념은 그리스도교의 사고와 경험 가운데 지속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경에서 씨름은 인간의 노력을 상징할 때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어떤 대상을 극복하거나 일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쏟거나, 끈기 있게 달라붙을 때 씨름한다는 표현을 한다. "모루 앞에 앉아서 쇠 다루는 일에 열중하는 대장장이도 마찬가지다. 불기가 그의 몸을 녹초로 만들고 그는 화덕에서 나오는 열기와 씨름한다. 쇠망치 소리가 그의 귓전에 울리는데도 그의 눈은 그릇의 골에 붙박혀 있다. 그는 일 마무리에 전념하고 마무리 장식에 잠을 잊는다"(집회 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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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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