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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1) 왜 농부는 바위에 씨앗을 뿌렸을까요?

요즘 파종법과 전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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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 씨 뿌리는 사람(고흐 작, 1888년)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리러 나갔다. 그가 씨를 뿌리는데, 어떤 것은 길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다. 어떤 것은 흙이 많지 않은 돌밭에 떨어졌다. 흙이 깊지 않아 싹은 곧 돋아났지만, 해가 솟아오르자 타고 말았다. 뿌리가 없어서 말라 버린 것이다. 또 어떤 것은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는데, 가시덤불이 자라면서 숨을 막아 버려 열매를 맺지 못하였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었다. 그리하여 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마르 4,3-8).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를 씨를 뿌리는 사람 비유를 들어 가르치신다. 이 비유는 공관복음 모두에 등장한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예수께서는 그 비유를 아주 자세히 설명하신다.
 여기서 씨는 하느님 말씀이며, 씨를 뿌리는 사람은 하느님이시고, 땅은 인간 마음을 뜻한다. 씨앗이 길에 떨어진 것은 사탄이 와서 뿌려진 말씀을 앗아가 버리는 것을 비유한다. 돌밭은 환난이나 박해가 생기면 쉽게 넘어지는, 믿음의 뿌리가 약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가시덤불은 세상 걱정과 재물의 유혹과 그밖에 여러 가지 욕심이 들어가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다. 물론 좋은 땅은 하느님 말씀을 잘 듣고 받아들여 탐스럽고 풍성한 열매를 맺는 충실한 신자를 비유한다.
 이 대목을 읽을 때 궁금증이 밀려온다. 농부가 왜 처음부터 씨앗을 제대로 뿌리지 않고 길 위나 바위, 가시덤불에 떨어지게 뿌렸을까? 그 이유는 요즘 파종법과 성경시대 파종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요즘은 쟁기로 밭을 고르고 난 뒤 씨앗을 뿌리고 흙을 돋우지만 성경시대에는 쟁기로 밭을 갈지 않은 채 그냥 흙 위에 씨를 뿌렸다. 예수님 시대 쟁기는 밭고랑을 갈 정도로 날이 강하지 못해서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씨를 뿌리는 방법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었다. 씨앗을 가지고 나가 바람에 날리면서 한 번에 뿌리는 방법과 나귀 등에 구멍을 뚫은 씨앗 자루를 실어 돌아다니게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파종을 하다 보니 씨앗이 길 위나 돌밭, 가시덤불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또 성경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살던 팔레스티나 지역에는 돌이 많아 파종이나 쟁기질이 아예 불가능한 곳이 많았다. 씨앗을 뿌려도 농부가 흙으로 덮어주지 않았기 때문에 새들이 와서 쪼아 먹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 보니 파종한 씨앗의 70~80는 소실됐다. 농부 입장에선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농부 마음이 바로 하느님 마음이 아닐까. 농부는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씨를 뿌리고 잘 길러 내리라 마음을 쓴다. 그러나 제멋대로 흘러가버려 결국은 제대로 땅에 뿌리조차 내리지 못한 채 말라죽는 씨앗들도 많이 있다.
 농부 입장에서는 씨앗이 좋은 땅에 떨어져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과연 나는 어떤 땅에 떨어진 씨앗인지 묵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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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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