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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16) 하느님 모상이란 무슨 뜻인가

하느님 뜻 따를 능력 소유함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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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됐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지창조 중 `이브의 창조`(16세기,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한국 천주교 박해사를 다룬 김훈 작가의 소설 「흑산」을 보면, 관리가 정약종(1760∼1801, 순교자)을 고문하면서 하느님이 존재함을 증명하라는 장면이 나온다.
 "너의 이른바 천주가 실재해서 세상을 주관하고 있음을 네가 증명할 수 있느냐?"
 "증명할 수 있다. 쉬운 일이다. 어린아이가 웃으면서 걸어올 때, 나는 천주가 실재함을 안다. 그대들이 국법의 이름으로 백성들을 가두고 때릴 때 저들의 비명과 신음이 천주를 증명한다. 그대들의 악행을 미워하고 또 가엾이 여기는 내 마음을 통해서 천주는 당신을 스스로 증명하신다."
 두고두고 생각이 나는 참으로 인상적 대목이다.
 성경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포함한 우주만물을 창조하셨다고 한다. 이것은 인간이 저절로 이 지구상에 존재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에게서 그 기원을 갖는다는 말이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창세 1,27). 인간이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됐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상(模像)이란 모방해 만든 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모상은 모조품, 조각품, 나아가서는 초상의 의미를 지닌 단어다. 따라서 모상이 된다는 의미는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세상에서 하느님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존재, 즉 하느님 분신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하느님 모상이다`하고 정의하는 것보다는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창조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아무도 하느님을 본 적이 없다. 아버지와 가장 가까우신 외아드님 하느님이신 그분께서 알려 주셨다"(요한 1,18).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다는 것은 단순히 외형적 겉모습을 닮았다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하느님 뜻을 따를 수 있으며, 양심을 통해 하느님을 닮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인간은 본능이 아닌 이성적 능력으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단하고, 진리 자체이신 하느님께 도달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의 감성적 능력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아름다움 자체이신 하느님을 추구할 수 있다. 또 자신의 의지로 참된 것을 귀중히 여기고, 마침내 선의 근원이신 하느님 뜻을 따르게 된다.
 인간은 양심을 통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고 옳은 것을 추구하며, 선을 행하고 악을 피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해 거룩함의 길로 나아가 결국 하느님의 거룩함에 참여하게 된다. 이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달리 하느님에게서 받은 이성과 감성, 의지, 양심을 통해 하느님 뜻을 자유로이 따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나타낸다.
 "신들보다 조금만 못하게 만드시고 영광과 존귀의 관을 씌워 주셨습니다. 당신 손의 작품들을 다스리게 하시고 만물을 그의 발아래 두셨습니다"(시편 8,6-7).
 하느님 모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누구나 존엄하며 무한한 생명을 가졌다. 그렇기에 인간은 하느님 모상으로 이 지상에서 하느님 현존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하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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