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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21) 성경에서 왜 뱀이 유혹자로 등장하는가

죽음과 파괴, 유혹자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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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은 주 하느님께서 만드신 모든 들짐승 가운데에서 가장 간교하였다. 그 뱀이 여자에게 물었다. `하느님께서 너희는 동산의 어떤 나무에서든지 열매를 따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정말이냐?`"(창세 3,1).

 성경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존재를 뱀으로 묘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창세기 1장에서 11장까지를 일반적으로 태고사(太古史)라고 한다. 태고사는 세상 창조, 아담과 하와 창조, 카인과 아벨, 노아 홍수, 바벨탑 등 재미있게 전개되는 설화(說話)형식으로 쓰여 있다. 어떤 이는 인류 가운데 배꼽이 없는 사람은 아담과 하와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 출산을 거치지 않고 하느님께서 창조했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물론 설화를 글자 그대로 믿고 이해한다면 맞는 말이다. 그러나 태고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먼저 설화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어린 시절 사람들은 예로부터 전승돼 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다. 옛날 이야기 중에는 허무맹랑한 것도 많지만,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속한 가정과 공동체 역사와 문화를 배우게 된다. 형식은 이야기지만 그 의미와 뜻은 그 안에 고스란히 보존돼 전승된다. 따라서 설화를 바르게 이해하려면 그 의미와 뜻에 집중해야 한다. 성경에서도 뱀의 상징적 의미를 이해해야 그 설화의 의미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뱀은 아주 복잡한 의미를 가진 상징적 동물이다. 죽음과 파괴, 지식, 힘, 간계, 음험, 교활, 암흑, 부패, 유혹자의 상징이며, 다리나 날개 없이 움직이는 것으로서 모든 것에 침투하는 영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눈은 인간의 내적 본성과 양심을 나타낸다. 뱀은 마녀나 마술사 같이 사악한 힘을 가진 존재가 변장한 모습으로 자연계의 사악한 면을 나타내기도 한다.

 성경에는 뱀에 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성경에서 뱀은 50여 차례나 언급되는데, 물론 그 역할도 다양하다. 뱀은 창세기에 처음 등장하는데, 창세기는 뱀을 하느님께서 만드신 들짐승 가운데 가장 간교한 존재라고 소개한다(창세 3,1). 뱀은 하와를 죄에 빠뜨리는 유혹자로 온갖 달콤한 말로 하와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으며(창세 3,1-24 참조), 하와는 유혹에 빠져 먹음직한 열매를 따먹게 된다. 결국 하와뿐만 아니라 아담까지 하느님께서 금지하신 나무 열매를 따먹게 됐고, 이 때문에 하느님 저주를 받은 뱀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어야 하는 가련한 존재가 됐다(창세 3,1-5).

 신약성경은 뱀을 죽음의 세력, 하느님에 의해 짓부숴져 사도들 발 아래 밟히는 사탄으로 표현한다. "평화의 하느님께서 머지않아 사탄을 짓부수시어 여러분의 발아래 놓으실 것입니다. 우리 주 예수님의 은총이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빕니다"(로마 16,20).

 이처럼 뱀은 전통적으로 사탄과 동일시되고 나쁜 성향을 갖고 있는 죽음의 천사로 이해됐다. 따라서 성경 저자들이 성경에 뱀을 유혹자로 묘사하고 등장시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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