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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25> 라헬은 왜 아버지 라반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재산 상속권과 가족으로서 권리 지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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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곱과 라헬의 만남(요셉 폰 휘리히 작, 1836년).
 
 
  라반의 집에서 종살이하던 야곱은 라반의 집을 떠나 고향에 가기로 결정했다. 야곱은 자신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래전부터 라반으로부터 떠날 계획을 갖고 있었다(창세 31,1-3). 라반이 마침 양털을 깎으러 간 틈을 타서, 라헬은 아버지 집안의 수호신들을 훔쳐냈다. 야곱은 달아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모든 재산을 거둬 도망쳤다. 그는 길을 떠나 강을 건너 길앗 산악 지방으로 향했다. 나중에 이 사실을 모두 알게 된 라반이 야곱 일행을 추격했다. 사흘 만에 야곱 일행을 뒤따라온 라반은 크게 화를 냈다.

 "자네가 나를 속이고 내 딸들을 전쟁 포로처럼 끌고 가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는가? 그런데 자네는 아버지의 집이 그토록 그리워 떠났다고는 하지만, 내 신들은 어째서 훔쳤나?"(창세 31,26-30 참조)

 "야곱이 라반에게 대답하였다. `장인어른께서 제 아내들을 빼앗아 가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장인어른께서 저희 가운데 누구에게서든 어른의 신들을 발견하신다면, 그자는 죽어 마땅합니다. 제 짐 속에 장인어른의 것이 있는지, 저희 친족들이 보는 앞에서 찾아내어 가져가십시오.` 야곱은 라헬이 그것들을 훔쳤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라반은 야곱의 천막과 레아의 천막, 그리고 두 여종의 천막에 들어가 보았지만 찾아내지 못하였다. 그는 레아의 천막에서 나와 라헬의 천막으로 들어갔다. 라헬은 그 수호신들을 가져다 낙타 안장 속에 넣고는 그 위에 앉아 있었다. 라반은 천막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아내지 못하였다"(창세 31,31-34).

 라헬은 왜 위험을 감수하고 다분히 우상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가정의 수호신을 훔쳤을까? 성경을 읽는 독자들에게 의문을 갖게 한다.

 구약시대 가정의 수호신은 족장시대에 일종의 우상으로 여기던 물건이다. 고대세계에서는 가족 수호신상이 그 가족을 보호해준다고 믿었던 것은 분명하다. 가정의 수호신은 나무나 은으로 만들었고, 때로는 점을 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수호신 크기도 여러 가지인데, 가지고 다니며 숨길 만큼 작은 것도 있었고, 크기와 모양이 사람과 같은 것도 있었다.

 라헬이 이 수호신을 훔쳐 가지고 나온 데는 종교적 이유보다는 재정적 이유가 컸을 것으로 추측된다. 왜냐하면 가정의 수호신은 우상일 뿐 아니라 재산 상속의 증표였기 때문이다. 가정의 수호신을 가진 자는 상속에 있어서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라헬은 아버지 재산에 욕심을 뒀다고 짐작을 할 수 있다.

 또 수호신을 가진 사람은 그 가정의 재산을 상속하기도 했지만 비단 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더 나아가 가족의 일원으로서 가족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라헬이 수호신을 훔친 것은 자신들 유업과 함께 가족의 일원으로서 권리를 되찾으려는 이유에서였다. 라헬이 남편과 아버지를 속이면서까지 수호신에 집착했던 이유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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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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