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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속 궁금증] <27> 예수님은 왜 환전상들에게 화를 내셨을까?

성전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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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전에서 상인과 환전상을 몰아내는 그리스도(야고프 요르단스 작, 1650년).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은 한없이 자애로운 아버지이시다. 늘 사람들 처지를 헤아리고 기적을 행하시며, 불쌍하고 가난한 사람들, 죄인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신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예수님께서도 버럭 화를 내는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 들어가시어, 그곳에서 사고팔고 하는 자들을 모두 쫓아내시고, 환전상들의 탁자와 비둘기 장수들의 의자를 둘러엎으셨다"(마태 21,12). 예수님께서는 화를 내는 정도가 아니라 분노에 가득 차 거친 행동까지 보이셨다. 아버지 집이 장사꾼들 흥정과 돈 바꾸는 소리로 가득 찬 난장판이 된 모습에 무서운 분노를 터트리신 것이다. 분명히 예수님 평소 모습이 아니시다. 예수님께서는 왜 이렇게까지 화를 내셨을까?

 당시 예루살렘 성전은 유다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이스라엘 마당과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방인 마당으로 나눠져 있었다. 소와 양과 비둘기를 판매하고, 환전상들이 있던 성전 시장은 이방인 마당에 펼쳐져 있었다.

 몇 날 며칠을 걸려 성전에 도착하는 순례자들에게 먼 곳에서부터 성전에 바칠 제물을 준비해 가져온다는 것은 여간 불편하고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성전 가까이에서 제물을 구입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했을 것이고, 이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성전 안에 소와 양, 비둘기 등 제물을 파는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성전 안에 환전상들이 존재하는 것은 참 의아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 유다인들은 의무적으로 성전세를 바쳐야만 하는데(탈출 30,13 참조), 이 성전세는 당시 통용되던 로마 화폐인 데나리온이 아닌 유다인 화폐인 세켈만을 사용했다. 그래서 이방에서 온 유다인들이 성전세를 내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온 데나리온을 세켈로 환전해야만 했다. 성전세를 유다인 화폐인 세켈로 받은 데는 로마 화폐에 로마 황제에 대한 우상숭배적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데나리온 한 면에는 월계관을 쓴 로마 황제 티베리우스 모습이 있었고, 다른 한 면에는 황제 어머니인 리비아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유다인들은 로마 화폐가 성전세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이 있는 곳에는 항상 부패의 유혹이 있기 마련이다. 성전에서 이뤄지는 상업 행위에는 이미 부정과 부패가 있었다. 당시에는 성전에서 누구나 다 장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성전 고위층 허가를 받은 자들만이 할 수 있었다. 사제들과 성전 관리자들은 성전 시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구입한 예물을 가져오면 율법 규정을 까다롭게 적용했다. 그러니 당연히 성전 안 시장은 독점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성전 안 시장은 권력과 관련된 검은 거래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됐던 것이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성전을 `강도의 소굴`이라 질타하신 것이다.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라 불릴 것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드는구나"(마태 21,13). 오늘날 현실에 비춰 깊이 묵상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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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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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34장 6절
주님은 자비하고 너그러운 하느님이다. 분노에 더디고 자애와 진실이 충만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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