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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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수녀의 성경말씀나누기] 마르코 복음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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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자체를 반복해서 읽어야 제 맛
말씀 통해 무한한 주님 은총 체험하길

새해를 여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설레임과 기대로 가득차게 하나 보다. 거창하게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하여 다시는 결심같은 것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달력의 첫 장을 열게 되는 새해가 되면 뭔가 심기일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게 된다.

올해의 시작을 가톨릭신문 독자들과 함께 ‘성경 말씀 나누기’ 코너를 통해 영적 여정을 걷기로 덜컥 약속을 하고는, 노심초사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장거리 여행을 질긋이 따라가지 못하고 도중하차하면 어쩌나, 지루하고 재미 없는 여행이 되면 어쩌나 하는 등등. 동방에서 별을 따라 물어물어 아기 예수님을 찾아왔을 동방박사들의 믿음과 용기가 부럽다.

외람되이 하느님 말씀을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지면을 얻고도 부족한 나 자신을 돌아보면서 뜸을 들이게 된다. 어떻게 시작할까?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성경에 대한 좋은 해설서는 얼마든지 많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괜히 쓸데없는 말들로 해를 가리는 구름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닐까? 경전의 묘미는 모름지기 경전 자체를 두고두고 씹으며 좀 어렵더라도 읽고 또 읽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을…. 누구보다 나 자신이 그 사실을 잘 아는 처지가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이 위험한 작업을 시작하려고 한다. 나처럼 용두사미, 혼자서는 끈기 있게 초심을 지켜나가기 어려워 하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어차피 각자 필요한 은혜는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을테니. 성경을 읽는 즐거움은 무엇보다 ‘인간의 언어로 쓰여진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오늘의 나에게 들려 주시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게 되는 것이리라. 성경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웃들이며 죄인들이란 공통점을 갖는다. 그런데도 그들은 하느님을 만나고 그분을 믿었기에, 그들은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야기는 하느님의 이야기가 되었다.

성경 말씀을 읽기 전에 우선 나의 마음가짐과 주변을 살펴보면 좋겠다. 나는 나의 삶의 이야기를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 하느님의 이야기로 읽어낼 준비가 되어있는가? 흔히들 성경를 읽는 단계를 나누어, 첫째 말씀을 듣는 단계, 둘째 말씀을 음미하는 단계, 셋째 말씀에 따라 움직이는 단계, 넷째 말씀에 접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단계로 말한다. 성경 말씀을 머리로 이해하는 단계에서 시작하여 가슴으로 느끼고 삶의 단계로 실천하기까지 저마다 서 있는 다르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삶과 신앙이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것이어야지 별도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성경을 읽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핵심 사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성경 전체를 통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서는 여러 개의 단편이 ‘성서’라는 총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동안 구약성경 전체를 성실히 읽어오신 분들께는 좋은 준비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신약성경은 하느님께서 각자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을 좀더 깊숙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음미할 수 있게 초대해 줄 것이다. 신약성경의 내용들은 주일미사나 강론을 통해서 친숙하게 들어왔으니 말이다. 기도를 돕기 위한 성경 독서로 매일미사의 독서나 주일복음을 이용할 수도 있겠지만, 우선 네 복음서부터 한 권 한 권 차례로 읽어내려 가려고 한다. 성서 낱권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읽어 내려가자는 뜻에서이다.

우선 마르코 복음서부터 시작하겠다. 마르코 복음서는 복음서 중에서 가장 일찍 씌어졌고 역사적인 예수님의 행적과 가르침을 따라가기에 적합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마르코 복음을 좋아하는데 투박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어 나자렛 예수님의 인간적인 면모를 따라가는 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다음으로는 루카 복음서와 마태오 복음서를 읽어갈 터인데, 이 두 복음서를 다룰 때는 마르코 복음서에서 다룬 부분은 생략하고 루카와 마태오의 특징적인 부분에 집중하여 설명하도록 하겠다. 그 다음으로는 요한 복음서를 다룰 터인데 앞의 공관복음서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인간이 되신 하느님의 신비를 묵상하게 할 것이다.

필자가 해야 할 일은 누군가 좋은 지향을 가지고 기도하면서 성경을 읽고자 하는 분들께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매주 숨을 고르고 성경을 좀더 깊이 읽을 수 있도록 짧은 설명을 붙이며 한 주를 기도로써 새로이 시작할 수 있도록 채근하는 몫이 될 것이다. 기도 여정의 동반자라고 할까? 기도 친구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좋은 몫이 될 터이니 나 자신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시작해 보고 싶다. 바쁜 일상으로 하느님께서 거저 주시는 무한의 은총을 낭비하지 않도록 말이다.

최혜영 수녀 (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6-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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