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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사 속 세계 공의회 2부] 15. 세상과 대화 시도하며 교회 역할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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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목헌장은 세상 안에서 세상 사람들과 결합해 있는 교회가 인류 공동체의 참다운 발전을 위해 세상 사람들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지난해 가을 극심한 기근으로 굶주린 소말리아 난민들이 수도 모가디슈 난민촌에서 식량 배급을 받으려고 줄을 지어 있다. 【CNS 자료사진】
 
 
 `현대 세계의 교회에 관한 사목 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이하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백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문헌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나타내는 핵심 단어로 쇄신과 적응, 개방과 대화를 꼽을 수 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특징 중 하나가 사목 공의회라는 점은 이미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이 사목헌장입니다.

 하지만 사목헌장은 공의회 개막 초기에는 초안조차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사목헌장과 같은 문헌을 발표한다는 견해가 표면화한 것은 공의회 제1회기 말인 1962년 12월이었고, 제1회기가 끝나고 난 휴식기에 `현대 세계 안에서 교회의 효과적 존재에 관해`라는 제목의 짧은 초안이 마련됐습니다. 요한 23세 후임 바오로 6세 교황은 1963년 9월 제2회기 개막 연설을 통해 현대 세계에서의 교회 문제를 주요 과제로 다룰 것을 천명했습니다. 준비 작업을 거쳐 사목헌장 의안이 꼴을 갖춰 공의회에서 다시 논의된 것은 1964년 9월에 시작된 제3회기 때였습니다. 공의회의 열세 번째 의안이라고 해서 제13의안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의안은 열띤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개정안 작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지막 제4회기에서도 첨삭과 수정이 거듭되면서 공의회 폐회 전날인 1965년 12월 7일에 통과돼(찬성 2309, 반대 75, 기권 7) 반포됐습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사목헌장이 반포되기까지 산고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는 또한 사목헌장이 교회와 세상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크리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2000년 가톨릭교회 역사에서 세계 공의회가 21번 열리고 수많은 문헌이 반포됐지만, 사목헌장과 같은 성격을 띤 문헌은 없었습니다.

 사목헌장의 교회는 성과 속을 구별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 있습니다. 단지 세상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과 깊이 결합해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이 교회의 기쁨과 희망이요, 세상 사람들의 슬픔과 고뇌가 교회의 슬픔과 고뇌입니다. 이렇게 그리스도 제자들의 공동체인 교회는 "인류 역사에 긴밀하게 결합돼 있음을 체험합니다."(사목헌장 1항)

 세상과 교회의 관계가 이러하기에, "모든 시대에 걸쳐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4항)고 사목헌장은 밝힙니다. 바로 여기에서 사목헌장의 새로움이 드러납니다.

 이전까지 교회는 어떤 문제를 다룰 때 주로 연역적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교회가 믿고 선포하는 진리를 먼저 밝힙니다. 그런 다음에 현재 문제가 이 진리에 비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판단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러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러이러한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한다`는 표현이 함축하는 것처럼, 사목헌장은 먼저 구체적 현실에서 출발해 이를 복음의 빛에 비춰 식별하고 판단한 다음 실천 방법을 제안합니다. 귀납적 방법이라고도 하는 이 방법은 20세기 초 중반에 대표적인 가톨릭 운동 단체인 가톨릭노동청년회(J.O.C.) 회원들의 훈련 방법이기도 했습니다. 사목헌장은 이런 방법을 원용해 현대 세계와 대화를 시도하고 세상 안에서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것입니다.

 사목헌장이 지니는 이런 기본 성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문의 주요 내용을 살펴봅니다. 머리말과 서론에 이어 제1부 인간의 소명과 교회, 제2부 몇 가지 긴급 과제, 맺음말 등 전체 93항으로 이뤄진 사목헌장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전체 16편 가운데서 가장 방대한 분량입니다. 따라서 본문을 살펴본다 하더라도 부분적이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머리말(1~3항)은 헌장의 공포 목적 혹은 의도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하느님 백성인 교회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또는 타 그리스도인이나 타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문헌들과 달리 사목헌장은 "교회의 자녀들과 그리스도의 이름을 부르는 모든 사람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2항) 대상으로 합니다. 전 인류를 대상으로 교회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중심축은 인간입니다. 그 인간은 "육신과 영혼, 마음과 양심, 정신과 의지를 지닌 단일한 인간"(3항)입니다. 인간을 중심축에 두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인간은 진정 구원을 받아야 하고, 인간 사회는 쇄신돼야 하기"(3항) 때문입니다.

 사목헌장은 이렇게 인간과 인간 사회를 대화의 중심축으로 제시한 후 논의를 시작합니다. 그 출발점은 구원의 진리가 아니라 인간이 처한 구체적 상황, 곧 현대 세계의 인간 상황입니다. 머리말에 이은 서론(4~10항)은 바로 이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헌장은 우선 현 시대에는 "급격한 변화가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합니다. 인간이 일으킨 이 변화는 이제 "인간 자체를 변화시켜 개인과 집단의 판단과 열망, 사물과 인간에 대한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을 바꾸고…그 변혁은 종교 생활에도 미치고 있다"(4항)는 것입니다.

 헌장은 이어 변화의 몇몇 특징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합니다. 과학 기술 발전이 과거와 다른 문화 형태와 사고 방식을 만들고 있고, 인류 역사는 정적인 세계관에서 역동적이고 발전적인 세계관으로 넘어갑니다. 이런 변화는 산업화와 도시화, 사회화 같은 사회 질서의 변화와 가치관과 행동 규범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종교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급속하게 때로는 무질서하게 이뤄지는 변화와 변혁은 사회에 모순과 불평등, 불균형을 야기하고, 이는 상호 불신과 증오, 분쟁과 환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5~8항).

 하지만 이런 모순과 불평등, 불균형을 시정하고, 개인과 집단이 본연의 존엄성을 지니는 가운데 발전하는 그러한 사회 정치, 경제 질서가 확립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은 한편으로는 스스로 불균형과 예속의 심화를 야기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더욱 자유롭고 공평하고 정의로운 삶을 갈망하며 또한 이를 위해 노력하는 모순된 모습을 보입니다.

 이 모든 것은 더욱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고통과 불행과 죽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인간



가톨릭평화신문  201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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