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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85) 지금 두 손 모으는 결심 ‘기도’

기도,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호흡·생활·삶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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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느 본당 중고등부 학생들과 어느 섬에서 ‘성장 프로그램’을 하는데 지도신부로 따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날 계획된 프로그램이 늦어지는 바람에 학생들 잠자리와 마무리, 뒷정리를 했더니 거의 밤을 새우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곳은 하루 4번 육지를 왕복하는 배 시간표 때문에 다음 날 새벽 6시10분 첫 배를 타고 섬에서 반드시 나와야 할 상황이었고, 어느 본당 교중 미사를 도와주기로 약속이 되어있던 터였습니다.

시간은 정확히 새벽 4시30분. 늦어도 5시30분에 숙소에서 나가야 부두까지 걸어가 그 배를 탈 수 있기에 정신력으로 버티다가, 그만 깜빡 졸다 눈을 떠보니 아뿔싸. 시각이 새벽 5시50분! 놀라 허둥대며 짐을 챙긴 후, 함께 서울로 가야될 주부교사와 급히 나왔습니다.

학생들과 작별인사도 못하고 서둘러 선착장 쪽으로 걸었습니다. 부두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 지금 시간은 5시 55분! 배는 6시10분에 물건을 내려놓고 사람이 없으면 그냥 떠나는 배! 정신이 아찔했습니다.

만약 그 배를 못 타게 될 경우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초조한 마음으로 선착장 쪽으로 뛰다 걷다를 반복하였습니다. 그때의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자매님은 조용히 땅만 보며 묵주기도를 하였습니다. 그분도 중요한 약속이 있었기에, 새벽 첫 배를 꼭 타야할 상황이라 저처럼 불안과 초조함은 마찬가지였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그 섬에 몇 대 안되는 트럭 한 대가 쏜살같이 우리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선착장까지 태워 달라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태워주었습니다.

더 다행인 것은 그 차가 바로 선착장까지 가는 것이었습니다. 선착장에 도착했더니, 배가 출발 신호를 울리기 직전이었습니다. 간신히 배를 타는, 그야말로 한 편의 실감나는 드라마였습니다. 배를 타자마자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자매님께 물었습니다.

“자매님, 그 상황에서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셔요!”

그러자 그 자매님은 차분한 음성으로 “신부님, 그 상황에서 기도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하고 물었습니다.

‘아, 부끄러워라!’

어제까지도 학생들에게 ‘힘들 때 기도할 줄 아는 사람이 인생을 진정 기쁘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의도 했었는데…. 그런데 정작 저는 기도할 상황에서 기도는 고사하고, 오지도 않은 일에 미리 온갖 걱정에 사로 잡혀 주변사람들로부터 준비성 없는 사람으로 오해받을까 걱정, 약속을 못 지키는 신부로 오해받을까 걱정, 그리고 이런저런 인간적인 생각에 걱정, 걱정, 또 걱정에 고뇌하였는데…. 그러고 보니 저는 그 자매님의 기도덕을 본 것 같았습니다.

살면서 언제나 기도하기를 강조하였고, 어떤 힘든 상황에 부딪히더라도 인간은 기도할 수 있고, 또 그 기도의 힘을 믿으면 기도가 세상을 바꾼다고 자주 강론도 했는데….

정작 저는 기도가 필요한 때에 기도하지 않고 걱정만 하였습니다. 기도는 숨 쉬는 호흡이며, 생활이며, 삶이어야한다고 말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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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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