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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88) 공짜 좋아하는 공짜 없는 세상 ①

‘청빈의 삶’ 다짐하지만 유혹의 손길 넘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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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선출되신 교황님이 ‘프란치스코’로 교황명을 정하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맨 처음으로 들었던 생각이 ‘우리 교회가 청빈을 통해서 오늘날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증거하겠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중세교회의 쇄신을 가져다 준 프란치스코 성인의 ‘청빈의 삶’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청빈’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세상에 증거하는 삶으로, 그 누구보다 선봉장에 서 있는 ‘수도자’인 제가 때론 창피하면서도, 유치한 짓을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공짜가 좋아 공짜의 유혹에 빠져 어리석은 행동을 하고서는 후회를 합니다. 그리고는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이 약삭빠른 세상은 공짜로 우리를 유혹하면서 결코 공짜로 쉽사리 퍼주지 않는다는 사실!’

그렇습니다. 공짜, 정말 잘 알면서도 너무 쉽게 우리를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또 하나의 유혹입니다. 예전에 이발을 하려고 길을 걷는데 도로변에 세워둔 승합차에서 안내 방송을 했습니다.

“주민 여러분, 지금 00부동산 앞으로 오시면 쌀라면을 공짜로 나누어 드립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00부동산 앞으로 오시면 쌀라면을….”

무심히 그냥 지나치려 하는데, 순간 ‘공짜 쌀라면’이라는 말에 귀가 쫑긋했습니다. ‘공짜 쌀라면이라…’ 그날따라 오전 시간이 좀 한가해서 아무런 생각없이 00부동산 쪽으로 공짜 쌀라면을 받으러 갔습니다. 거기 갔더니 저보다 먼저, 할아버지 2분, 손자 손잡고 온 할머니 4분, 중년의 아저씨 3분, 아주머니 5분, 아가씨 2분이 있었습니다. 쭈뼛쭈뼛!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쌀라면을 받으려 어슬렁거리는데, 잠시 후 어떤 총각이 쌀라면 받을 사람은 줄을 서라고 했습니다. 공짜로 뭘 준다는데 줄을 못 서겠나 싶어 줄을 서는데, 다시 청년 두 사람이 우리 앞에 ‘라면상자’를 놓더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쌀라면 5개짜리 한 묶음이 들어있는 상자였습니다.

그런데 맨 처음 총각이 오더니 우리 일행에게 잠깐만 따라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우리를 옆 골목 천막이 쳐져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대뜸, 검은 비닐봉지 하나씩을 주면서, 자신들은 어느 지역에서 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점점 쑥스럽고 부끄러워졌지만 ‘서로 모르는 사람인데...’하면서 검은 봉지를 받았습니다. 속으로는 ‘에이, 뭐 이리 뜸들이나! 쌀라면이나 빨리 주지! 머리 깎으러 가야하는데...’ 검은 봉지를 살짝 열어 봤더니, 안에는 결명자차가 10개 정도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차가 눈에 좋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속으로는 ‘쌀라면 언제 주나! 언제 주나!’를 외쳤습니다. 그런데 검은 봉지를 또 하나씩 주며, 무슨 열매의 씨앗이 들어 있고 그것 역시 몸에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쌀라면! 라면만 받고 그냥 갈 건데….’

그런데 쌀라면 상자를 우리 앞에 다시 또 놓으며 상자를 여는 듯하더니, 다른 총각 한 명이 어느 중소기업에서 발명했다는 ‘밥알이 붙지 않는 밥주걱’을 하나씩 준 다음, 갑자기 인삼의 효능과 가치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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