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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94) 어느 엄마의 꿈 이야기

‘양육로봇’ 되고 싶어하는 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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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며칠 전 이상한 꿈을 꾸었는데, 그 꿈 해몽 좀 해주세요!”

평소 잘 아는 두 아이를 가진 젊은 부부가 있는데 그 중 자매님이 모처럼 수도원에 방문해서 생뚱맞게 꿈 해몽을 부탁했습니다.

“아니, 무슨 꿈 해몽을! 저 그런 거 전혀 몰라요. 그런데 뭔 꿈을 꾸셨기에 그래요?”

“신부님, 꿈에서 우리 아이 방 안에서 강렬한 빛이 거실 밖으로 흘러나오는 거예요. 깜짝 놀란 저는 아이 방으로 뛰어가 문을 열려는데 안 열리더라고요. 그래서 간도 크지 글쎄, 문고리를 발로 부순 다음 아이 방문을 열었어요. 그랬더니 침대 위에 반쪽은 로봇, 나머지 반쪽은 사람이 된 우리 애가 누워있는 거예요. 얼른 아이를 안았더니 아이가 뭐라고 중얼중얼 하더군요. 놀란 가슴을 누르며 가만히 아이 말소리를 들어보니 아이가 글쎄, ‘우리 엄마,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사람이 되게 해 주세요. 나도 사람이 되고 싶어요’하고 말하는 거예요.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아이 방에 있는 거울을 보니 제 몸과 얼굴이 완전히 로봇인 거예요. 그래서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깼어요.”

꿈 이야기는 좀 더 길고 재미있었기에 한참을 웃은 다음 자매님과 대화를 했습니다.

“자매님, 그 꿈은 해몽이고 뭐고 할 것 없이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일 수 있겠는데요! 음, 어떤 선물이냐면 자매님께서 자녀들을 키우는데 있어서 아이의 생각이나 감정을 따라 가면서 자녀를 양육하라는 그런 뜻이 담긴 선물 말이에요. 사실 요즘 젊은 엄마들을 보면, 자녀 양육에 있어서 너무 많은 정보와 데이터를 갖고 완벽하고 완전하게만 키우려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엄마들 모두가 ‘자녀양육 엄마로봇’이 돼 결국 아이들도 커서 그와 같은 로봇으로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거든요. 엄마들은 아침에 눈을 뜨면 온통 우리 아이가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하고, 이번 주는 무엇을 해야 하고, 이번 달은 또 어떻게 해야 하고, 올해는 어떻게 해야 하고! 그런 데이터를 갖고 자녀들을 키우다보니 많은 아이들이 역시 엄마에게 ‘엄마 품 속 감정’을 느끼기보다 자신들을 완전하게 키우는 ‘양육로봇’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요. 아마도 그런 것이 꿈이 돼 나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돼요.”

“아이고, 신부님,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제가 다른 엄마들에 비해 우리 아이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방목하며 키우는데요. 아무튼 이상한 꿈이라…. 신부님, 바쁜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차는 한 잔 하고 가세요?”

“아뇨, 오늘은 좀 바빠서…. 이번 달 우리 애가 학원을 세 군데나 다니겠다고 하네요. 학원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그 사이에 간식도 만들어야 하고, 학교 숙제 챙기고, 준비물도 미리 사고! 뭐, 엄마 노릇 좀 해야지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학교공지문과 학원통신문을 손에 쥐고 총총거리며 떠나가는 그 엄마의 뒷모습에서 ‘에고, 저 양육로봇이 곧 방전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났습니다. 하느님은 여섯 째날, 인간을 창조하셨는데 인간은 왜 이리도 로봇이 되고 싶어 하는지!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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