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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96) 묵상과 현실 ①

내 삶의 ‘이곳’이 바로 ‘시나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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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우연히 평소 잘 아는 신부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요즘 어떻게 지내시느냐?’하고 안부를 물었더니 얼굴이 좀 그을린 신부님은 ‘날도 더운데 냉커피 한잔 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마침 갈증도 있고 근처에 싼 팥빙수 집이 있어서 그곳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데 ‘신부님 얼굴이 많이 타셨다’고 말하자 그 신부님은 이집트와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온 지 일주일 정도 된다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지 않아 좀 탔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성지순례 기간 동안 먼 거리 이동과 시차 때문에 몸은 많이 지치고 힘들었지만, 정녕 ‘성지다운 성지순례’에 대해 행복했던 추억이 가득한 여정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집트와 이스라엘 구석구석을 성지순례 다녀오셨다는 그 말에 부러워 이런저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럼 신부님, 성지순례 중에 어느 곳이 제일 인상에 남던가요?”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어디라 딱히 말할 것 없이 그저 다 감사하고 좋았어요. 하느님이 사람이 돼 오신 그 땅을 걷는 것이 가슴 벅차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느 특정 장소가 인상이 남는 것이 아니라 성지순례 중에 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를 묵상하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된 곳이 있었어요”하고 답했습니다.

“그래요? 그 곳이 어디예요?”

신부님은 웃으시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음, 시나이산을 오르던 때였어요. 함께 순례를 했던 우리 일행은 이른 시각, 즉 새벽 2시에 잠자던 숙소에서 출발해 시나이산으로 올라갔어요. 나에게는 벅찬 감동의 시나이산 등산이라, 올라갈 때 많은 묵상을 하면서 걸었답니다. 어둠과 적막함이 가득한 시나이산, 함께 성지순례를 갔던 이들의 숨소리와 오로지 내 손에 들려있는 손전등 빛에 의지하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갔어요.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으러가던 그 마음, 그 심정을 묵상하면서 정말 모세의 마음을 절절히 생각하게 됐어요. 그와 함께 십계명, 즉 우리 삶에서 십계명을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묵상도 하게 됐지요. 아무튼 시나이산 등산을 하는 내내, 앞으로 사제로 살면서 좀 더 사랑의 계명 안에서 잘 살려고 노력하고, 본질적인 계명을 지키면서도 십계명의 본질적 정신을 좀 더 잘 따르는 삶을 살겠다며 다짐에 또 다짐을 하면서 걸었어요. 어느덧 시간이 돼 시나이산 저 멀리서 올라오는 새 날, 일출의 장관을 보면서 비록 모세가 십계명을 받은 산이 어느 곳이라 단정을 지을 수 없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있는 이곳, 바로 이곳이 하느님 만나기 좋은 내 삶의 시나이산이라 생각하면서 기쁨과 감사의 묵상도 했어요.”

“와우, 신부님. 정말 좋은 묵상을 하셨네요!”

그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함께 어두움을 뚫고 새벽을 거닐며 모세가 하느님을 만나는 마음이 어떠했을까하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묵상하며 올라갈 때의 마음이 그게 오래 가지 않더라고요! 다시 현실로 내려왔더니, 글쎄….”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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