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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98) 사람의 전부를 다 알지 못합니다 ①

바닷물에 뛰어든 동생, 양 손의 문어 두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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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좋은 관계를 맺는 것과 그 사람의 전부를 아는 것은 별개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내가 너에 대해서 잘 아는데…’라는 말을 합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상대방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요?

휴가 때의 일입니다. 일 년에 한 번 정기휴가가 있어 부모님께 인사를 가는데, 그 곳은 시골 어촌 마을이라 교통편이 좋지 않습니다. 그럴 때마다 동네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친동생 이상의 동네 동생 병철(가명)이가 손수 마중을 나와서 부모님 집까지 바래다 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동창 신부님 몇 분이랑 함께 휴가를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병철이가 마중을 나왔습니다. 오는 길에 점심을 먹고, 집에 도착해서 부모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짐을 푸는데, 그날따라 바다 빛깔이 너무나 예뻤습니다. 그래서 동창 신부님들과 함께 짐을 풀자마자 서둘러 반바지에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병철이랑 집 앞 바닷가 바위틈에 앉아, 넓게 펼쳐진 하늘과 푸른 바닷바람을 마음껏 쐬면서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병철이가 바다를 보며 “야, 내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바다 속에 들어가 문어를 열 몇 마리 정도는 가볍게 잡았는데”하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동창 신부님이 “정말?”하고 물었습니다.

“그럼요. 제가 별명이 바다의 왕자 코난이에요.”

그 말을 듣고 있던 저는 순간적으로 병철이가 동창 신부님들 앞에서 뭔가 좀 으쓱대고 싶은 마음에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에이, 뻥치고 있네. 윗동네 산간지방에 사는 네가 무슨 해녀도 아니면서, 이 바다를 누비며 손쉽게 문어를 잡는다고!”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병철이는 눈을 크게 뜨며 “아니, 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지금 물에 들어가서 문어를 잡아오면 어떡하실래요?”하고 물었습니다.

“네가 문어를? 야, 만약 네가 지금 바다에 들어가서 문어 두 마리만이라도 잡으면, 이번 휴가 내내 네가 해 달라는 거 다 해준다, 다 해줘. 만약에 못 잡으면 오늘 저녁 밥 사라!”

사실 운전을 해준 병철이가 고마워 저녁은 당연히 제가 살 생각을 하고 있었고, 또한 제가 이길 것 같아서 그런 장담을 했습니다. 함께 있던 동창 신부님 역시 우리 둘의 내기를 들으며, 박장대소하고 박수를 치면서 무척 흥미를 보였습니다.

그러자 병철이는 웃통을 확 벗더니 가볍게 몸을 풀고는 그냥 바닷물 속으로 ‘풍덩’하며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수심이 깊지 않아 별탈이 없는 바닷가라 우리는 가만히 물 속에 들어가 있는 병철이를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끼리 ‘오늘 저녁 식사하러 어디를 갈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며 여름 태양과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며 휴가다운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내 저 멀리 병철이가 물 밖으로 나와 우리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양 손에 문어 두 마리를 잡고 말입니다.

‘아뿔싸…!’(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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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지 내 목소리를 듣고 문을 열면, 나는 그의 집에 들어가 그와 함께 먹고 그 사람도 나와 함께 먹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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