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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02) 때로는 믿음만이 ①

25주년 맞은 부부가 걷기 연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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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제게 ‘살면서 하느님께만 온전히 모든 것을 의탁해 본 경험이 언제였는가?’하고 질문할 때, 그런 체험을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는 고백을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하느님을 온전히 믿는다’고는 하지만 낯선 곳에 있거나 낯선 상황이 점점 불안감으로 닥쳐올 때, 담담하게 ‘내 모든 것 하느님과 함께!’라는 믿음을 고백하며 온전히 하느님께 맡기며 살아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는 부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몇 달 전부터 일주일에 두 세 번은 시간을 내어 여기저기를 몇 시간씩 걷고, 때로는 수도원까지 꽤 먼 거리를 걸어오신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사실 걷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저로서는 ‘몇 시간을 걷는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두 분의 관계가 친밀해지고 싶어서 그랬겠지 생각했고, 다음으로는 연세가 좀 있으시니 건강 때문에 그렇게 하겠구나 생각을 하다가, 세 번째에 ‘앗, 뭔가 있겠구나!’하고 짐작을 했습니다.

“저기 두 분이 수도원까지 왕복 4시간 정도의 거리를 걸으시는데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면 편찮으셔서 이렇게 걸어야 할 운명에 놓이셨어요? 등산대회에 참석하거나, 동네주민들 걷기 대회를 하거나, 혹은 어느 단체에 가입해서 큰 산을 종주하시나요?”

그러자 남편분이 웃으며 먼저 말을 건넵니다. “신부님, 우리 부부가 올해로 결혼 25주년이 됐어요. 그래서 우리가 결혼 때부터 함께 약속하고 결심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이제 실천하려고요!”

‘가만…, 25년 전 결혼 때 하신 약속을 실천한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혹시 두 분이 결혼하실 때, 히말라야 트래킹 같은 것을 가기로 약속하셨어요? 아니면…, 더 큰 에베레스트 산? 그런 거라면 편하게 사세요. 그런 곳은 힘들어요. 아마 몇 달 준비해서는 어려울걸요? 젊은 사람도 가기 어려운데!”

그러자 남편은 “그런 곳은 저희도 당연히 못 가고요. 그냥 우리가 소박하게 어디 좀 걷다가 오려고요. 다니는 직장에도 예전부터 잘 말해두어서 휴가도 20일 정도를 신청했어요. 우리 집 아이들도 저희를 응원해 주고 있고요.”

궁금, 또 궁금!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때부터 결심한 것을 한다?’, ‘평범한 직장인이 20일 정도 긴 휴가를 내서 갔다 온다? 어디, 어디일까?’

“혹시 두 분 신혼여행 때 그곳 어딘가에 비밀스러운 물건을 감추셨죠? 그래서 결혼 25주년 때 함께 살고 있다면 거기에서 그 물건을 찾아오기로 하고….”

이런 저의 무식한 상상력에 부부는 웃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자매님은 “신부님, 거기를 가려고 오랫동안 알뜰하게 살림해 저축하고 모으고 또 모았어요. 그곳은 바로 성 야고보 사도 순례길이에요.”

‘헉…, 성 야고보 사도 순례길.’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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