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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03) 때로는 믿음만이 ②

순례 떠나는데 ‘믿음’ 하나만 가져가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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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부부가 25년 전 결혼할 때부터 ‘성 야고보 사도 순례길’을 가기 위해 준비해 왔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한 대 ‘툭’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제 주변에도 말로만 듣던 성 야고보 사도 순례길을 가려고 하는 분이 계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혼자 생각에 거기를 찾아가시는 분들은 국내외 여기저기 성지순례를 모두 다녀보신 분들 가운데, 사는데 여유가 좀 있고 최소한 보름 이상 일상의 자리를 비우고도 별 문제가 없는, 한 마디로 주변 여건이 다 갖춰져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보통의 평범한, 일상을 조용히 살아가는 분들은 거기를 갈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결혼 25주년’, 즉 ‘은혼식’ 정도의 여행이라고 하면, 나이도 좀 있으니 뭐라 할까요. 낭만과 더불어 볼거리도 많고, 주변시설이나 숙소 여건이 안정적인 곳에서 나름 편안히 쉬었다가 오는 그런 곳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비싼 비행기 값과 숙박 경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으면서, 2000년 전부터 누군가에 의해 순례의 목적으로 놓인 그 ‘길’만 있는 곳을 그냥 하루 종일 걸으러 간다?

낭만은 고사하고 먹는 것과 자는 것이 그다지 깨끗하거나 편안하지도 않을 그런 곳에 있는 길을 걷자고 그 먼 곳까지 찾아가는 분들이 바로 제 옆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오셨을 터인데 나름 준비는 잘 되고 있어요? 요즘 거기 다녀온 사람들이 기행문 같은 책도 쓰고 그런 것 같던데…. 주변에 혹시 다녀온 분들에게 조언을 듣거나 다녀온 사람들이 인터넷에 써놓은 글 같은 것들은 좀 보셨어요?”

이제 곧 출발이 며칠 남지 않는 부부였기에, 고생길이 훤히 열린 곳을 간다는 생각에 ‘부부가 혹시 이것저것 빠트린 것이 없나’하며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데 오히려 그 부부가 이구동성으로 말했습니다.

“순례길에 뭐가 더 필요할까 모르겠어요! 저희 부부도 거기 가는 자료들이 꽤 있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단지 왕복 비행기표랑 도착해서 첫날 묵는 숙소만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어요. 출발 날짜가 되면 그냥 떠나려고요! 순례길 전체 일정을 치면 꽤 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저 걸을 수 있는 만큼만 걸어 보려고요. 그래서 대략 20일 정도를 잡았어요. 암튼 준비라고는 다른 것 없이 그곳에 가려고 몇 달 전부터 부부가 함께 걷기 연습을 한 것뿐이에요.”

남편이 한 마디 더 거듭니다.

“사실, 제 주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우리에게 미쳤다며 ‘거기, 아무 것도 없는 곳을 왜 가느냐?’ 이런 말들도 하더군요. 그 비용이면 더 좋은 유럽여행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내년에 자기 부부랑 어디 가자’ 뭐 그런 말도 하는데, 그냥 우리 부부는 떠나 보려고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배우고 아는 만큼 그대로 가는 거예요.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것과 ‘하느님은 사랑이시다’는 사실, 그것 하나는 분명히 가슴에 품고 그저 떠나보려 합니다.”(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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