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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205) 아빠, 아빠!

미사 중 제대 한가운데로 걸어온 아이가 외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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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중미사 중이었습니다. 말씀의 전례가 끝나고 모든 신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신부님의 강론을 듣습니다. 신부님은 그날 선포된 말씀을 주제로 자신이 준비한 강론을 신자들에게 친절히, 온 열정을 다해서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유아방을 탈출(?)한 아기가 아장아장 제대 한가운데로 걸어옵니다.

그리고는 “아빠, 아빠!”

그렇게 아이는 점점 큰 소리로 ‘아빠, 아빠’를 외치며 제대 한가운데로 걸어옵니다.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라 어느 누구도 제대 앞으로 걸어온 아이를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강론을 하던 신부님은 강론을 멈추고 아이를 쳐다봅니다. 분위기가 사뭇 어떻게 흘러갈 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 때 신부님은 “얘야, 우리의 관계를 이렇게 공개하면 어떡하니?”하면서 제대로 내려가 아이를 안아줍니다. 유아방을 탈출한 자신의 아이가 너무 빨리 걸어가는 바람에 미처 제대 앞으로 달려오지 못한 아이 엄마는 경직된 채로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의 그 한 마디에 3초 정도, 성당의 모든 것이 다 멈추어 버린 듯하더니 이내 곧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또 한 마디 합니다. “얘야, 앞으로는 이렇게 갑자기 우리 관계를 폭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는 아이의 엄마에게 가더니 아이를 안겨줍니다. 부끄러워 어쩔 줄 몰라하던 아이 엄마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아이를 품에 안더니 다시 유아방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미사는 계속 이어지고 신부님은 강론 끝에 “오늘의 강론은 아기가 마무리를 해주는군요. 우리 아기가 나에게 자신있게 ‘아빠’라 부르며 달려오듯, 언제나 그렇게 좋은 아빠를 닮은 좋은 신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제 생애를 다하는 날, 저도 ‘하느님, 아빠’에게 저 아이처럼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잘 살아 보겠습니다”하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신부님이 마무리를 하자, 신자들 모두는 손뼉을 치며 모처럼 성당 안에서 신나게 깔깔 웃습니다. 그리고 다함께 그 아기처럼 그렇게, 하느님을 아빠라 자신있게 부르며, 그분께 가까이 다가가는 삶을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듯했습니다.

언젠가 미사 시간에 아이가 운다고 성당에서 쫓겨난 아이 엄마의 하소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또 어린이미사 시간에 아이들이 떠든다고 미사 시간 내내 손들고 벌을 세운 적이 있다고, 어느 주일학교 선생님이 울먹이며 자신의 속상함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음…, 아이들은 늘 그렇듯 아이들의 방식대로 그렇게 하느님을 만나고, 사귀고, 하느님 안에서 웃고 떠들텐데 말입니다.

언제나 생겨날 수 있는 일상의 돌발 상황에서 자신의 마음 안에 ‘여유’가 있는지, 아니면 ‘단지 원칙 뿐’인지를 잘 살펴보면, 어떤 돌발도 영적으로 풀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복음에서 예수님은 언제나 ‘하느님 사랑’을 중심으로, 돌발을 영적으로 풀어나가신 최고의 위트를 가진 분임을 다시금 묵상케 합니다.

‘하느님 사랑’을 마음의 중심에 두는 삶이야 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진정한 ‘여유’를 갖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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