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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 넘어진 어린 아이들을 위한 사랑

아픔 느끼며 함께 사는 법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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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기도 좀 해주세요! 우리 얘가 넘어져서 많이 다쳤어요.” 가끔씩 눈물 훌쩍이는 목소리로 자녀를 위해 기도 부탁한다는 전화를 받곤 합니다. 넘어져 다친 자녀의 얼굴을 쳐다보는 그 부모 마음, 자녀를 내 몸처럼 사랑하는 착한 부모들의 아픈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말로는 근심어린 위로를 해 드리지만, 속마음은 넘어진 아이를 위해 박수(?)를 보냅니다. 왜냐하면 거기에는 단지 아픔만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넘어진 아이들은 바로 그렇게 넘어짐으로 인해, ‘넘어지면 아프구나’하는 것도 실제로 경험하고, 앞으로 넘어지지 않으려는 조심성도 배웁니다. 또 넘어진 친구들을 보면, ‘많이 아프겠구나!’하면서 동정의 마음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상담하는 가운데, 놀라운 경험을 한 일이 있습니다. 내가 만난 청소년들은 대부분 대인 관계와 학교 부적응이었는데, 상담 도중에 바로 그 부모들의 공통된 패턴들을 발견했던 것입니다. ‘놀라운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아니면 어처구니없는 ‘대단한 사랑’이라고 표현해야 될지, 상담받는 청소년들의 부모들은 그러한 ‘특별한(?) 사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부모들은 아이들이 의당히 경험해야 할 것들 조차 알아서 해 주었습니다. 특히 넘어지고 깨지면서 세상을 배워야하는 그런 어린 시기에서조차 부모의 지나친 보호 아래 두었습니다. 심지어 자녀들의 겪어야 할 인생의 중요한 경험마저, 부모들이 대신 해 주고자 몸 바쳐 살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런 지나친 보호를 받았던 아이들이 커서, 누구나 겪은 아픔이나 실패, 좌절을 겪으면, 너무 쉽게 주저앉아버립니다. 넘어져 본 적도 없고, 그다지 아파해 본 적도 없으며, 세상은 자기 뜻대로만 된 듯 착각과 함께 이기심만을 배운 아이들은 결국 그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함과 동시에 다른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도 갖추지 못합니다.

문득 그 옛날 코흘리개 시절, 친구들과 놀다가 싸우고, 넘어지고, 깨지고, 다치고, 피 흘리고 들어오면, 그것이 잘 커가는 과정이라고 웃으며 가르쳐 준 이 땅의 부모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를 마음으로 사귀고,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러면서 두루 두루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알게 되던 그 시절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정말이지, 잘 넘어져본 아이들이 커서, 잘 일어 설 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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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0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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