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9) 즐겁게 살기에도 짧은 인생

과정 그 자체 즐기며 넉넉하게 살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오래전부터, 그토록 가고 싶었던 야구장엘 갔습니다. 그곳에 갈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팀과 선수를 지칭하는 응원가를 목청껏 따라 부르고, 박수도 치고, 고함도 지르곤 합니다. 또한 덤으로 푸른 잔디를 보면서, 가지고 간 김밥이랑 통닭을 먹을 때의 그 순간 그 맛, 그리고 야구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그 때는 몸이 설레고 긴장마저 되곤 한답니다.

아무튼 그 날 야구 경기는 온 몸이 땀으로 적셔질 정도로 응원을 했었는데, 글쎄 내가 응원했던 그 팀이 어처구니 없는 점수 차이로 졌던 것입니다. 얼마나 속이 상하고, 분통이 터지던지! 없는 시간 쪼개고 쪼개어 어렵사리 야구장엘 왔기에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팀의 승리하는 모습을 짜릿하게 지켜보고 싶었는데…. 허탈감과 함께 뭔가가 속에서 부글거리고, 심지어 ‘에이, 이런 형편없는 경기는 처음 본다!’ 싶어 짜증도 났습니다.

그런데 내 주변에서 경기를 보시던 분들은 경기가 끝난 후 선수단 근처에까지 가서, ‘잘했다!’고 외쳐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비록 줄곧 지고 있는 경기였는데, 경기가 끝날때까지 목청껏 응원가를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야구를 진정으로 즐기고 있었습니다. 승패보다, 야구 관람 내내 순간 순간을 즐기며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은 누가 이겼느냐보다는, 좋은 시간 내어 야구장엘 왔기에 좋은 마음으로 하루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편안하게 열심히 응원하고 목청껏 소리를 질렀던 것입니다.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에서 많은 것을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인생이란 뭔가!’ 나는 살면서 내가 목표로 한 것을 반드시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성취되어야했기에, 설령 그렇지 못할 경우 속상함과 짜증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닌가. 심지어 주변 이웃들에게도 은연중에 심리적인 부담을 주지는 않았는가.

목적과 목표를 정하면 반드시 그것을 이뤄야 진정한 삶이라 생각했던 내 삶을 봅니다. 동시에 승부와 관계없이 하루를 즐기듯 인생을 즐기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려보면서, 그들에게 뭔가 말할 수 없는 따스함이 느껴졌습니다. 언제나 성취 지향의 삶을 살고자했고, 그 성취에 자만하고, 그 성취에만 쾌감을 느끼면서 하느님께 그 어떤 감사함도 없이 살아 온 나의 삶! 문득 나도 좀 나의 삶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살았으면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정말 삶을 좀 넉넉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9-06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4. 29

시편 108장 7절
당신의 사랑받는 이들이 구원되도록 당신의 오른팔로 도우시고 저에게 응답하소서.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