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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7) 사랑이 선입견을 바꾸어 줍니다

선입견 이겨내는 조건 없는 사랑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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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배 신부님과 목욕탕에 간 일이 있습니다. 선배는 그 목욕탕의 장점이 사우나실에서 하는 ‘소금 마사지’랍니다.

사우나실 소금 항아리에서 소금을 한 줌씩 퍼서 온 몸에 바른 후, 땀을 빼면 몸이 날아갈 듯 개운하다고 합니다. ‘나는 때가 많으니 소금 듬뿍 묻혀 온몸을 빡빡 문질러야지!’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무서운 인상의 아저씨 한 분이 땀을 빼고 있었습니다. 순간 나는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소금 바르고, 선배 신부님과 저는 서로 등에 소금을 발라 주었습니다.

마음속으로 ‘저렇게 험상궂은 얼굴에 인상마저 쓰니, 목욕 같이 올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러니 등에 소금도 못 바르겠지! 인상 좀 펴라, 펴!’

그런데 선배 신부님은 그 아저씨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아저씨, 등에 소금 발라 드릴까요?” 그러자 아저씨가 환한 얼굴로, “아, 그래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선배 신부님은 정성스럽게 그 분의 등을 문질러 주었습니다. “소금으로 사우나 하면 좋죠?” 그러자 그분은 상냥한 목소리로 “너무 좋은 거 같아요. 기분까지 상쾌해 지는 것 같군요”라며 미소지었습니다.

‘알고 보면 부드러운 사람이로구나. 첫인상이 험악하다는 이유로 나는 말도 못 걸었는데!’ 문득 선배 신부님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 신부님은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사우나실 특유의 감탄사를 발합니다. “어, 좋다. 좋아.”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또 다른 아저씨 한 분이 소금 사우나실에 들어오자, 험상궂던 그 사람이 “등에 소금 발라 드릴게요!” 하는 것이었다.

사랑의 기운이 모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이렇게 전해지는구나!’ 나는 왜 선뜻 그분에게 다가가지 못했을까.

그건 분명, 사람의 겉 표정만 보고, 괜한 선입견을 만들어 그분을 내 마음에서 몰아내버렸던 것입니다. 그 선입견이 상대방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것입니다.

선입견을 이겨내는 건 다름 아닌 ‘조건 없는 사랑’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선배 신부님이 자랑스러워, 선배 신부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벌거벗은 채 손을 잡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을 목욕탕의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보든 말든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09-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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