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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37) ‘모두’에게 박수 받고 싶은 마음

건강한 인생은 인정하고 만족하는 것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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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수도원에선 매년 모든 형제들이 모여 한 해의 삶을 돌아보며 생활 나눔을 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습니다.

한번은 내가 행사에서 보고서를 준비할 때가 있었는데, 나름 삶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그런 내용으로 성실하게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생활 나눔을 하는 날, 참석하지 못할 상황이 생겼습니다. 물론 나눔 내용을 담은 보고서는 제출했습니다. 마음속으로 ‘모든 형제들이 내 보고서 내용을 듣고 박수를 쳐 주었겠지!’ 생각했습니다.

그날 이후 우연히 형제들과 만날 자리가 되어, 참석했던 형제에게 그날의 분위기와 정작 중요했던 나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은근히 물어 보았습니다. “내 발표 어땠어?” 웃으며 묻자, 어떤 형제가 솔직히 말해 주었습니다. “다 좋았던 것 같은데, 한 명의 형제가 좀 이상하게…!”

‘한 명의 형제’라는 말 때문에 은근히 속이 쓰려왔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분노’, ‘화’ 비슷한 것이었습니다. “잘 했어. 네 발표 좋았어”라고 말해 주던 그 형제의 진심어린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은 채, ‘한 명의 형제가 좀 …’ 그 말의 여운만 마음에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살면서 우리는 자기와 관계 맺고 사는 사람들과의 ‘관계성’에 있어서, 은연 중에 모든 사람이 나의 생각에 박수 쳐 주기를 바랍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 쳐 주기를 바라는 삶이 대부분입니다.

건강하게 자신의 인생을 잘 조율하는 삶이란 어쩌면 주변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박수 쳐 주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차츰, 차츰 90, 70, 50 … 결국 아니 10만이라도 나에게 박수 쳐 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해 하면서, 인정하고, 만족해하며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나에게 박수 쳐 주지 않는 90의 사람과도 일상 안에서 그냥 편안하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뭐 이런 것이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내가 원하는 만큼 박수를 쳐 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큽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사람이 내 삶을 인정해 주고 있다는 사실도 모자라서, 단 한 명이 나의 삶에 박수 쳐 주지 않아 좌절하고, 실망하고, 불안해하고, 화를 내며 살아갑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겠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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