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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40) 사춘기 언어에 놀라지 않기

무조건 강요 말고 자녀의 말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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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찾아 올 때가 있습니다. 이유인 즉, 우리 아이가 변했다는 겁니다. ‘그렇게 착하던 우리 아이가, 언제나 잘 웃고, 아빠 엄마를 기쁘게 하던 우리 아이가 변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학교와 상담소도 찾아가 봤답니다. ‘뭐라고 그러던가요?’라고 물어보면, ‘사춘기의 민감한 시기에 접어들어서 나올 수 있는 행동’이라는 말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묻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왜 오셨어요?’ ‘아니, 뭐, 좋은 말이라도 한마디 더 들으려고요!’

지면을 통해서 사춘기 자녀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완전한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자녀들 문제는 인격적인 문제이며 각 개인이 고유하면서도 특별한 상황을 가지고 있기에, 몇몇 이론으로 문제 해결의 방법을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조심스럽게 그동안 상담 현장에서 경험했던 사례들을 종합해 개인 입장을 말한다면, ‘사춘기 아이들’은 어느 누구의 외부적 힘으로는 결코 바꿀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로서는 시간과 어느 정도의 기다림, 그리고 신앙인이라면 기도의 힘을 믿는 것 뿐,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성급한 마음에 억지로 자녀를 예전의 그 착한 아이로 바꾸려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면 성인이 되려는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을 겪는 그들이 오히려 더 반발심을 가질 수 있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충돌과 일탈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사춘기 자녀 때문에 힘들다면, 먼저 그들이 쓰는 언어를 충분히 들었으면 합니다. 비록 거칠고, 정제되지 않고, 은어스럽고, 과격하고 때로는 성적인 용어들이 뒤섞여 있다 할지라도 그들이 충분히 사춘기 언어로 자신을 말하도록 내버려 두어야 있어야 합니다. 단, 그들이 하는 행동에는 부모로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지요.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의 징조는 바로 ‘사춘기 언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언어 안에는 성장기에 필요한 양분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언어를 말한 후 자녀는 다시금 어른이 되는 정서적 성장의 과정을 걸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춘기 문제! 저도 심하게 경험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마음 속에 비밀 노트처럼 간직하고 있는 그런 시절들의 경험입니다. 자녀 역시, 나름의 고유하고 독자적인 과정을 겪을 것이고, 겪어야 할 것입니다. 그 과정을 부모가 자기 잣대로 강요하지만 않으면, 자녀들은 다시 내적인 성장의 시기를 통해 좀 더 좋은 삶을 살기로 결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춘기 언어’에 우선 놀라지 않는 것, 그게 건강한 어른의 기본 자세인 듯 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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