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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41) 부부는 하느님의 가락 반지

배우자의 좋은 모습 인정 하려는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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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좋은 부부들을 만나면 수도자이면서 사제로 살아가는 나에게도 좋은 영적인 힘이 느껴지곤 합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볼 때에는 ‘희망이 저런 것이로구나’ ‘함께 있어 행복함이 저런 것이로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들이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만 봐도 더불어 함께 기쁨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좋은 부부라 할지라도, 그들 부부와 좀 더 내면적인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서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꾸준한 노력을 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 특히 참 재미있는 공통적인 사실을 발견하곤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배우자의 좋은 모습 때문에 날마다 행복하시겠어요?’라고 넌지시 물어보면, 나에 대한 마음의 경계를 풀어서 그런지 몰라도, 대부분의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신부님! 저 사람이랑 한 번 살아보세요, 그런 말이 나오나! 그래도 나니까 이날 이때까지 참고 살아 왔지….’ 무척 재미있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물어 봅니다. ‘그래도 이렇게 성실한 배우자가 어디 있어요?’ ‘성실요? 이 사람이 집에서 얼마나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데요’ ‘그래도 이렇게 마음 좋은 배우자가 어디 있어요?’ ‘나 원 참, 그래, 그 마음 두 번만 더 좋았다가, 우리 길 거리에 나앉아요!’ ‘아니 그래도 이렇게 배려심이 좋은 배우자를 또 어디서 만나겠어요?’ ‘아이고, 그런 배려, 집에서나 좀 제대로 잘 하라고 해주세요’ ‘그래도 이렇게 착한 배우자가 또 어디 있어요’ ‘착해요?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저 사람 고집이 황소 고집이에요. 제발 고집 좀 부리지 말고, 속 마음이나 털어 놓고 대화 좀 잘 하라고 해 주세요’ ‘그래도 이렇게 활달하고, 분위기 잘 잡는 배우자가 세상에 또 어디 있나요’ ‘가정이나 먼저 좀 지키고, 좀 싸돌아 다니지 말라고 좀 해 주세요’ ‘그래도 이렇게 희생 봉사를 잘 하는 배우자는 세상에 없어요!’ ‘희생, 봉사요? 애들 밥이나 좀 잘 챙겨 주라 그래 주세요’

웃음이 나면서도 이해가 됩니다. 남들이 좋다 말하는 배우자의 외적인 장점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꺾지 않고 살아왔던 부부들. 오랫동안 배우자의 좋은 모습을 인정해 주려고 노력해 왔던 그 시간들! 그래서 부부들이 아름다운가 봅니다. 그래서 부부는 하느님의 가락 반지인가 봅니다. 하느님 마음을 그대로 닮은 가락 반지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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