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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35) 성 베네딕토 ②

순명을 덕(德)으로 삼은 수도생활의 아버지, 엄격한 생활 요구하며 수도원의 개혁 이끌어, 오늘날 수도회 모태 된 공동체 생활 규칙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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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베네딕토는 건강했다. 몸뿐 아니다. 마음도 영혼도 건강했다. 그랬기에 자신을 통해 일어난 기적을 철저히 숨기며 더욱 산중으로 숨어들어간 것이다. 기적은 청한다고 일어나고, 청한다고 알려지는 것이 아니다. 청함이 원인이 아니다. 기적은 은총의 결과다. 저절로 일어나고 저절로 알려지는 것이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베네딕토는 또다시 한 번 악마로부터 큰 유혹을 당한다. 특히 정결에 대한 유혹이 심했다. 이에 베네딕토는 옷을 벗고 가시덤불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뒹굴었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그제야 악마의 유혹이 물러섰다. 이후로는 정결에 대한 유혹을 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은수 생활이 3년간 계속됐다. 완전한 고독 속에서 명상만으로 보낸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베네딕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천진난만한 목동들을 모아 교리를 가르쳤다. 드디어 세상 밖으로 한 발 나온 것이다. 베네딕토가 목동들을 가르친다는 소문이 퍼지자 진정한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물려들었다. 그만큼 성인의 명성이 이미 세상에 널리 퍼져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자 베네딕토는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고 수도원을 세워 함께 생활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인근의 한 수도원 원장이 서거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자 수도원의 수사들이 베네딕토를 찾아와 후임 원장이 되어 줄 것을 간곡히 청했다. 베네딕토는 그들의 간청에 못 이겨 마침내 수락한다.

그런데 베네딕토는 원장이 되자마자 엄격한 수도생활을 요구했다. 수도원 개혁에 나선 것이다. 어쩌면 지위와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는 베네딕토가 수도원장직을 수락한 것은, 타락해 가는 수도원을 개혁해 하느님으로 이끌겠다는 원의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락과 타성에 젖은 일부 수도자들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지금까지 잘 생활해 왔는데, 갑자기 엄격한 수도원장이 와서 우리를 못살게 군다”고 수군거렸다. 결국 이들이 일을 낸다. 수도자들은 점심식사 때 독약을 넣은 포도주를 베네딕토에게 권했다. 그런데 베네딕토가 포도주를 마시기 전 성호를 긋자 잔이 깨졌다. 이 이야기는 베네딕토의 수도원 개혁이 얼마나 어렵게 이뤄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는 사이 수도자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모두 베네딕토가 성덕으로 이끈 결과였다. 수도원 하나로는 모든 수도자를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베네딕토는 수도원 수를 늘려 나갔다. 분가된 수도원에는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성덕있는 수도자를 원장으로 보냈다. 원래 진실은 승리하는 법이다. 타협과 술수는 신앙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하느님은 늘 환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이웃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겸손과 낮추임을 통해 정진하는 것을 원하신다. 실제로 은총도 그러한 방식으로 내리신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후 525년경 이탈리아 남부의 몬테카시노(Monte cassino)에서 새롭게 수도 생활을 하려고 마음 먹는다. 몬테카시노 인근의 주민들은 우상 숭배가 강했다. 몬테카시노 산에 그리스 신 아폴로에게 바쳐진 신전이 있을 정도였다. 베네딕토는 즉시 이 신전을 파괴한다. 그리고 성덕의 모범을 통해 마을 주민들을 모두 그리스도교로 개종시켰다. 이어 5년 후인 530년경에는 이곳에 성 요한 세례자의 성당과 성 마르티노(Martinus) 성당과 수도원을 세웠다.

이곳이 바로 서방 수도원의 발상지가 된다. 오늘날에도 이곳에는 성 베네딕토 수도회의 총 본부가 있다. 베네딕토는 이곳에서 올바른 금욕생활, 기도, 공부 그리고 노동 및 한명의 원장 아래 있는 공동체 생활을 규정하는 유명한 규칙을 썼는데, 이 규칙이 오늘날 모든 수도회 규칙의 모태가 된다. 그 결과 베네딕토는 오늘날까지도‘수도 생활의 사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규칙은 공동생활을 명백히 규정하고, 순명을 최대의 덕으로 삼았다. 또 재산의 사유화를 금지했으며, 일평생 한 수도원에 머무를 것을 요청했다. 또한 교회의 가르침에 따를 것을 명시하고 특히 전례를 중요시하도록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도 생활의 중심으로 성무일과를 규정했다는 것이다. 베네딕토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수도회도 없다. 오늘날 수도회는 그래서 베네딕토에게 대부분 의지하고 있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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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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