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8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36) 성 베네딕토 ③

은총의 일상 속 실현 위해 끊임없이 노력, 하느님의 기적 체험하고도 겸손으로 일관, 몸과 정신·영혼의 통합으로 정결의 덕 성취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베네딕토 성인의 빛나는 삶은 입에서 입을 거쳐 당시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많은 신자들이 수도생활의 잣대이자 올바른 신앙 삶의 전형이었던 그의 삶을 기억하고 따르기를 원했다. 그래서 8세기말부터 7월 11일에 그의 축일을 기념해 왔으며, 교황 바오로 6세는 1964년 10월 24일에 유럽의 수호성인으로 선언했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베네딕토 성인의 삶을 기억하는 그 기저에는 겸손한 성인의 삶이 있다.

수련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나는 하느님을 따르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잘 했다고 생각할 때, 바로 그 순간이 잘못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사실 하느님 앞에서 우리는 부족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초등학교 시절 진정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알고 있었던가. 어린 시절에는 막연히 하느님의 존재하심을 믿고 의지하고, 따를 수는 있어도 높은 경지의 하느님 뜻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것이 하느님 보시기에는 어려도 한참 어린 것이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 안에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그렇게 끊임없이 초월적으로 우리 자신의 삶을 바꿔 나아가야 한다.

베네딕토 성인의 삶을 보자. 성인은 청년 시절, 자신을 통해 일어나는 하느님의 기적을 체험했다. 일반인들은 이 경우,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을 영성의 완성으로 생각하고 자만에 빠질 수 있다. 하느님께서 기적을 직접 보여 주셨으니, 완벽한 영성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착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통해 기적이 일어났다며 선전하고 다니는 이들이 많다. 기적이 실제로 일어났는가, 일어나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는 둘째로 하더라도, 겸손한 영성이 없다면 일단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하느님은 겸손함 속에서 진정으로 찾아오는 분이기시 때문이다.

베네딕토 성인은 어떻게 했을까.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을 철저히 숨겼다. 그리고 영적 정진을 위해 더욱 노력한다. 산 속에 꽁꽁 숨어, 무의식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는 욕심의 몸짓과 나쁜 습성을 끊어버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런데 영적 성장은 이렇게 수련을 지속적으로 계속한다고 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영적 성장을 위한 길에는 수렁도 있고, 높은 벽도 있고, 가시밭길도 있다. 모두가 영혼의 단련을 위해 하느님께서 마련해 놓으신 장치다. 실제로 성인도 어느 날 벽에 부딪힌다. 성(性) 문제였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직면할 수 있는 문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남성은 여성을, 여성은 남성을 그리워하게 되어 있다. 창조될 때부터 그렇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 문제는 무조건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성에 대해, 단편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성을 성행위로만 보는 것은 곤란하다. 인간은 육신과 정신, 영으로 이뤄진 존재다. 통합적인 존재다. 이 삼중으로 이뤄진 인간 존재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을 때 진정한 완성된 인간이 될 수 있다. 몸만 건강하다고 완성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적으로 똑똑하다고 해서 완성된 인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몸과 정신 영적인 에너지로 하나로 통합 돼, 최고의 아름다운 가치를 실현해 내야 한다. 성도 육신과 정신 영의 통합 차원에서 봐야 한다. 성은 그래서 아름다운 것이다. 성을 터부시하고 나쁜 것으로 봐서는 안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베네딕토 성인은 성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했다. 일반적으로는 이 문제를 비켜가거나 묻어버리는데, 성인은 정면으로 맞선다. 그리고 끊임없는 기도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육신적 고통을 자발적으로 수련하면서, 자신의 의지를 통해 해결해 낸다. 몸과 정신과 영혼이 완벽한 통합을 바탕으로 정결의 덕을 성취해 낸 것이다.

청년 베네딕토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을 끊임없이 일상 속에서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 했고, 결국에는 성의 문제까지도 극기 수련을 통해 극복해낸다. 성덕은 떠들고 다니지 않아도, 저절로 세상에 알려지는 법이다. 하느님과 합치하는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 향기는 저절로 세상에 퍼지게 되어 있다. 베네딕토 성인의 영성 향기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옆동네 수도원의 수도원장님이 돌아가셨다. 지도자를 잃은 수도자들은 베네딕토를 새 수도원장으로 추대했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6-20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8

이사 56장 1절
너희는 공정을 지키고 정의를 실천하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