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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49) 자기를 돌아보는 칭찬

주님은 모든 이야기를 듣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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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다른 수도회 후배 수사님을 길에서 우연히 만난 일이 있습니다. 오랜만이고, 반가웠습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면서 가볍게 사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대화 끝에 조만간 내가 있는 수도원에 한번 오겠다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후 수도원 응접실에서 만났는데, 그간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야기인즉, 자신이 몸담은 수도원에서 어른 수사님 장례가 있었는데, 장례 치르는 동안 형제들 하는 걸 보고 너무나도 속이 상했다는 것입니다. 즉, 장례 기간 동안 모두가 자신 마음처럼 그렇게 최선을 다하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자신은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수도원 소임을 하고 있었고, 특히 장례 기간 동안 학기말 시험도 치르지 못한 채 선배 수사님을 하느님께 떠나보내기 위해 헌신을 다 했는데, 웬걸, 다른 분들은 그렇지 않더라는 것입니다.

마음의 실망이 너무 컸던 그 수사님에게, 별로 나눌 말이 없었습니다. 그냥 한참을 다 듣고 난 후, 나이 몇 살 더 먹었다는 이유로, 어깨 토닥이며, 부탁 하나 했습니다.

“수사님, 내 부탁 하나 들어 줘. 오늘 집에 가서, 감실 앞에 앉아서, 장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던 수사님 자신을 예수님께서는 지금 어떤 칭찬을 해 주실까, 그 느낌에 집중해 보면서, 그 칭찬의 목소리를 구체적이면서 편안하게 느껴봤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 괜찮다면, 주님께서 수사님 머리나 어깨를 쓰다듬고 계신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상상으로 느끼면서 말이야!”

며칠 후에 그 수사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형, 고마워. 솔직히 그날 저녁에는 감정이 가라앉지 못해 묵상 못했고, 그 다음날 저녁에 혼자 감실 가서 주님 마음으로 나를 칭찬했더니, 울컥 눈물이 나더라. 그러면서 속마음을 보니 학기말 시험도 못 치면서까지, 장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던 나였지만, 형제들로부터 내가 원하는 만큼의 칭찬을 듣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 그러다 보니 모든 형제가 나름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장례 준비를 했다는 사실도 잊어 버렸고. 그래서 형 말대로, 그 날 감실 앞에서 주님 마음으로 내가 나를 진심을 다해 칭찬을 하면서 조용히 머물렀더니, 가슴이 따스해지면서, 주님께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듯 했어.”

전화를 끊으며, 혼자서 중얼거려 봅니다. ‘정말 주님께서 모든 이야기를 듣고 계시는구나!’ 그리고 내 자신에게도 한마디 합니다. ‘석진아. 너도 때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구나. 잘 했다, 석진아.’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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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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