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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37) 성 베네딕토 ④

은총 받아들여 하느님과의 합치로 승화, 기도로 모든 어려움 이기며 수도원 개혁 성공, 공동체 통한 구원 위해 평생 ‘순명의 덕’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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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장 베네딕토는 난감했다. 수도자들이 정도의 길이 아닌 잘못된 길을 걷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몇몇 수도자들은 일반인들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기도 했다. 수도자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다. 열두 제자도 예수님으로부터 ‘사탄의 무리’라는 혹독한 질타를 받은 일이 있지 않은가. 베드로조차 예수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니 예수님을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한 후대의 수도자들이 잘못된 길을 걸어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원을 쇄신하기로 마음먹는다. 쇄신과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는 법이다. 처음에는 수도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어떤 수도자들은 성인을 암살하려고 까지 했다.

하지만 하느님의 정의와 진리는 언제나 승리한다. 성인은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기도로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냈고, 결국에는 수도원 개혁을 성공적으로 성취해 냈다.

이 과정에서 베네딕토 성인은 특히 ‘순명의 덕’에 주목했다. 실제로 개인의 신심이 성장하기 위해 또 공동체가 성장하기 위해 순명만큼 이름다운 덕도 없다. 베네딕토 성인이 순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다음의 일화에서 잘 드러난다. 흉년이 들었던 해였다. 한 사제가 성인의 수도원을 찾아와서 기름을 청했고, 성인은 이를 쾌히 승낙했다. 그런데 정작 수도원의 재정담당 수사가 기름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제에게 기름을 주지 않았다. 뒤에 이 사실을 들은 베네딕토는 그 수사를 불러놓고 “순명의 덕을 파괴하게 한 이 물건(기름)을 수도원에 둘 수 없다. 즉각 기름을 그릇과 함께 버려라”하고 엄중히 명했다고 한다.

베네딕토 성인이 이처럼 순명을 강조한 것은 공동체를 위해서였다. 순명이 공동체를 성장시키고, 또 그 공동체를 통해 개개인의 구원 또한 성취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성인이 이처럼 본격적으로 수도원 원장으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때는 45세부터다. 선종하는 67세까지 22년 동안 성인은 빛나는 하느님의 사업을 하게 된다. 눈부셨다. 교회 발전의 초석을 놓기 위해, 수도원 성당을 건립했고, 이단자들을 회두시켰으며, 활발한 전교활동을 통해 수많은 이방인들을 입교시켰다. 특히 중요한 점은 수도원의 규칙을 정립한 것이다. 그가 정립한 수도원 규칙은 단순한 생활규범이 아니었다. 수도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느님께 영광을 드릴 수 있을지에 대한 바로미터였다. 그 규칙서로 인해 이후 수많은 이들이 하느님께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올바른 길을 알 수 있게 됐다. 베네딕토 성인이 없었다면, 어쩌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의 수도회들은 생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하느님은 베네딕토 성인을 통해 수도생활의 전형을 계시하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인물이 또 있다. 바로 베네딕토 성인의 여동생 스콜라스티카 성녀다. 하느님은 남자 수도회의 정립만을 원하신 것이 아니었다. 하느님은 베네딕토를 통해 여동생 스콜라스티카에게 섭리하심으로 여자 수도회의 전형 또한 마련하셨다. 스콜라스티카는 오빠보다 먼저 선종했지만, 생전에 여자 수도 공동체를 이끌며 진정한 완덕을 보여주었다. 베네딕토가 수사들의 아버지라면 스콜라스티카는 수녀들의 어머니였다.

우리들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하느님은 베니딕토 성인에게도 처음부터 섭리로 이끄셨다. 공동생활로 이끄셨고, 그 공동체 안에서 당신을 체험하게 하셨다. 문제는 하느님께서 우리 마음에 심어주시는 그 은총과 형성의 신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성장시키느냐에 있다.

베네딕토 성인은 형성의 초대에 갈망과 땀으로 응답했다. 은총을 경외의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하느님과의 합치로 승화한 것은 실로 베네딕토성인의 공덕이다. 성인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그 길을 아름답게 걸었고, 열매를 성취해 냈고, 결국에는 진정한 완덕의 경지에 이를 수 있었다. 그렇게 살다가 마지막 날에는 하느님의 편안한 품에 안겼다.

이것이 바로 우리들이 함께, 공동체 안에서 걸어가야 할 길이다. 베네딕토 성인의 삶은 단순한 공경의 차원으로 대상화해서는 안 된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으로 재현해 내야 한다.

베네딕토 성인은 547년 3월 21일 선종했다. 마지막 날 성인의 몸은 극도로 쇠약해져 있었다. 하지만 성인은 침대에 누워있지 않았다. 제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제대 앞에 서서 팔을 벌리고 기도하면서 그렇게 선종했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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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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