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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1) 뺨 한 대와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가족에게는 더더욱 진심을 담아 사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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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전과가 있는 분을 만나 대화를 나눈 일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신 안에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세상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조건 강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에, 결국 폭력 전과자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오래 전에 일어난 슬픈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었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랍니다. 자신과 부모님은 도시에 살았는데, 어느 날 시골에 사는 친척 분들이 친척 결혼식을 위해 올라 온 적이 있었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몇몇 분들은 기왕에 도시에 왔으니 구경을 하고 그 다음 날 시골로 내려가기로 했답니다. 그날 저녁에 집에서 식사 중에 친척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자신은 노래도 불렀고, 당시 유행하던 개그맨 흉내를 내면서 무척이나 인정을 받았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집에 들어갔는데, 다짜고짜 어머니가 뺨을 세게 후려치더랍니다. 그 순간 너무 아파서 말도 못하고 있는데, 어머니는 친척 분 지갑에 돈이 없어졌다고 하면서, 의심하더랍니다. 어제 그렇게 인정받았던 자신이 친척 앞에서 뺨을 맞았다는 것이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돈을 잃어버린 친척은 결국 다른 가방에서 돈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미안하다 말하는 사람이 없고, 특히 어머니까지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그렇지 지나가버리더랍니다.

뺨 맞을 때의 비참함과 뺨을 때리던 어머니의 무서운 표정과 자신을 비웃는 듯한 친척들의 모습이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 후에 서서히 세상은 믿는 구석이 없는 곳이 되어 가더랍니다. 그러면서 친척이 돈을 잃어 버려 야단법석을 떨 때, 그 때 어쩔 줄 몰라 하던 어머니의 모습도 다 이해되고, 시골에서 올라와 잔치 치르고 도시 구경하다가 정신을 놓아 돈을 잃어버린 친척도 이해한다 했습니다. 하지만 “왜, 왜, 왜!” 어느 누구도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는지는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저도 울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가족에게 실수를 했지만,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괜히 쑥스럽고, 편하니까, 뭐 가족이니까 하는 생각에,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마음과 진심을 다해 사과하면 어떨까 합니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세상이 믿을 수 없는 곳으로 되어갈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가족이나 특히 자녀가 말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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