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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2) 10초로 맛 본 지옥과 천국

가볍게 여기는 찰나의 소중함 깨달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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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상담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학교에 다니던 때입니다. 통계학 과목을 수강해서 듣는데, 무척이나 어려웠던 과목이었습니다. 매번 과제물 제출하는 것이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정확하게 낮 12시까지 과제물을 제출해야 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며칠 밤 샘을 한 후 끙끙대며 과제를 완성해 제출을 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내 시계가 잘못되었는지, 교수님 컴퓨터 시계가 잘못되었는지 몰라도, 정말이지 딱 10초 정도 늦게 자료를 올렸는데 글쎄, ‘과제물 미제출자’로 처리가 되었습니다. 그 황당함이라고나 할까! 살면서 이렇게 몇 초 때문에 해야 할 일을 못 한 일이 없는데, 어찌 이런 일이! 10초, 단 10초? 이때문에 과제물 미제출자로 분류되는 순간!

그 날 하루 종일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가눌 수 없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오후에 그냥 푹 잠을 자버렸습니다. 그렇게 잔 후 저녁 산책을 하는데 문득,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도 가끔은 10초 때문에 정말 10초 때문에 들어갈 수도, 못 들어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모든 일도 가끔은 10초의 판단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의 질이 달라 질 수 있습니다. 10초 동안 마음의 여유를 가지느냐 혹은 아니냐에 따라서 어떤 상황을 올바로 분별할 수 있습니다.

미사 봉헌하는 동안 단 10초도 안 되는 거양의 순간 빵과 포도주가 성체와 성혈이 됩니다. 내가 10초 동안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는 순간 누군가의 구원에 내가 온전히 동참할 수 있습니다. 10초 동안의 고요함을 유지하는 찰나에 좋은 묵상 자료 하나를 건질 수 있습니다.

10초, 우리 일상에 정말 의미 없는 시간일 수 있고, 그냥 흘려보내도 아무런 일도 없는 그렇고 그런 한순간의 찰나 일 수 있습니다. 바로 그 10초로 인해서 누군가 행복할 수도 있고, 바로 그 10초로 인해서 누군가를 인내하여 도움이 될 수 있고, 바로 그 10초로 인해서 죽어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습니다.

10초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이 말도 10초, “당신은 지금 다시 새롭게 뭔가를 시작할 힘이 있습니다.”라고 어깨를 토닥이며 하는 이 말도 10초, “우리 함께 어려운 길, 힘든 길 의지하며 걸어가 봅니다.” 이 말도 10초! 아무튼 10초로 인해, 오늘 하루를 절망스럽게 보내기도 했지만, 책상에 앉아 10초를 묵상하면서 나를 돌아보는 가장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하는 10초였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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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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