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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4) 단지 말 한마디!

때로는 조언보다 경청이 더 큰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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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살면서 좋은 일뿐 아니라, 힘든 일을 겪었을 때에는 평소 가깝다고 생각하는 누군가를 찾아가서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이들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자신의 현재 문제를 100 해결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50도 안 될 수 있고요.

때로는 그 어떤 해결책은 바라지 않은 채 단지, ‘힘들겠구나! 속상하겠구나!’하는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기만 해도 좋습니다.

예전에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형제님이 힘든 문제를 솔직하게 말해 주었던 일이 있습니다.

어머니의 죽음, 거기서 오는 아픔, 그 아픔 때문에 겪는 가족 안에서의 갈등, 배우자와 잦은 말다툼 및 직장 생활에서 오는 힘든 일 등을 털어놓았습니다.

평소 상담 상황이면, ‘이분의 현재 긴장을 어떻게 풀어 줄까!’를 시작으로 이분의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문제의 본질에 어떻게 다가갈까 했을 터인데 뭐 그런 것 없이, 아는 분이라 한 두 시간 동안 ‘많이 힘드셨구나. 마음이 정말 아팠겠구나!’ 이렇게 단 두 마디만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연락이 왔습니다.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 것 같다고.

그러면서 ‘그날, 너무 좋은 조언, 지금까지도 힘이 되었습니다.’

단지 두 마디를 계속 했을 뿐인데! 누군가의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았을 때, 이야기를 듣고 먼저 ‘판단 및 분류, 그리고 해결과 처방’을 주려는 생각을 우선적으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나는 늘 타인을 도와야 해, 벗을 위하여 자신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사는 것이야’라는 생각의 ‘비약’을 통해 자신에게 찾아오는 이들에게 ‘도와주고 싶은 지나친 열정’으로 상대방의 현재 처한 상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우리에게 힘든 이야기를 털어 놓은 이들이 어린 나이가 아닙니다. 그들 역시 자기 죄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단지 몇 마디 ‘해결책이나 조언’을 듣는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 눈을 보고, 상대방 이야기가 아픈 강도 만큼이나 마음을 담아, 고개도 끄덕여 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마음이 많이 아팠겠다! 지금 많이 힘들지!’라는 말을 한 마디, 진심으로 건넬 수 있다면, 그 말이 오히려 더 큰 힘이 될 수 있겠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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