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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5) 환멸과 마음의 눈

자신을 제대로 돌아볼 때 주변의 아픔·상처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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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생활이건 직장 생활이건 혹은 공동체 생활이건 사람이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는 보편적인 어떤 주기가 있는 듯합니다. 좋았다가 싫어지고, 그러다 다시 좋아지고!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점을 상대방이나 동료, 혹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발견될 때’ 체험하는 놀람과 서로가 서로에게 소속되어 있다는 기쁨에 큰 감동을 받게 됩니다. 감동이 깊어질수록 함께 있고 싶은 시간이 늘어나고, 그래서 함께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혼, 직업에 대한 투신, 종신서원, 서품 등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렇게 감동과 헌신의 삶을 살아가다가 서서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상대방이나 직장이나 공동체 형제들이 가지고 있지 않음’을 보면서 짜증과 지겨움이 찾아옵니다. 그러다 자신이 살아왔던 올바르다 생각하는 삶의 방식, 자신이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라 생각하는 가치관, 자신을 지금까지 지켜왔던 인생의 잣대를 통해 상대방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상대의 결점만 더 잔뜩 머리에 목록으로 남겨 놓은 채 체념과 동시에 그동안 헌신했던 자기 자신에 대해 후회를 합니다. 이것을 한마디로 ‘환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환멸’은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를 말할 수 없는 하나의 원석(原石)과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함부로 다룰 수도 없는 것입니다. ‘환멸’ 속에서 억지로 어떠한 결정체를 얻어 내려고 한다면 그건 오히려 상대방을 두 번, 세 번 죽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저절로 어떠한 결정체가 나오기만을 마냥 기다리며 놓아둘 수도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그 피해가 커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환멸’의 조짐을 서로가 잘 파악하며 살아간다면, 환멸의 주기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어도, 적절히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환멸’은 결국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보석 같은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거울은 먼저 자신을 제대로 돌아보아야 삶이 바뀌는 보석입니다. 즉 자신을 제대로 봐야 배우자나 직장 동료 혹은 공동체 형제나 동료에 대해서 근본적인 아픔과 상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이 신비로운 거울이 이끌어 주는 대로 겸손한 마음을 갖고 자신을 돌아볼 때, 결국 내가 가지고 있다 생각하는 장점은 바로 내 배우자, 내 동료, 내 형제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끌어안을 때 인생의 보석이 되는 하느님의 은총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환멸’은 하느님께서 나를 성장시키려는 내 ‘마음의 눈’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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