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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57) 사람, 실수투성이임을 인정하는 존재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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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시는 형제님을 만난 일이 있습니다. 평범한 삶을 사시는 분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그분만 만나면 그렇게 좋아할 수 없었습니다. 저 역시 그분을 몇 번 뵈었는데 그때마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내적인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은 물었습니다.

“형제님은 어떻게 만나는 이들 모두에게 위로와 용기를 듬뿍 나누어 주시는 삶을 사실 수 있으신지요?” 그러자 그분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절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 자신의 삶이 실수투성이였음을 인정하면서, 그런 나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계시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확신하면서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면 사람들의 모든 이야기들이 이해가 되고 저절로 공감이 갑니다.”

평범한 말인 듯 하지만, 여기엔 중요한 상담의 원칙과 기술이 담겨 있습니다. 영적 지도나 영적 상담의 원칙 중에 특히 상담자가 할 일은 ‘이 세상엔 어느 누구도 완벽한 존재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도록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그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형제님은 본인 스스로 그런 체험을 했기에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임으로써 위로의 용기의 삶으로 이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실수덩어리 존재입니다. 완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열망은 ‘허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날마다 새롭게 살고자 마음을 먹는 순간, 과거에 대한 후회, 미안함, 우울한 감정 때문에 힘겨워하게 됩니다. 이는 어쩌면 ‘나는 원래 천사였는데…’ 하면서 자신의 옆구리 날개 흔적을 찾는 것과 같을 수 있습니다.

내가 만난 형제님 경우처럼, 본인이 과거 실수투성이의 삶에 그냥 멈춰버렸다면, 실수투성이 속에 담긴 자신의 중요한 탤런트조차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또한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나누는 은총의 삶 또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형제님은 인간은 실수투성이의 존재이지만, 그 실수투성이보다 더 큰 하느님의 사랑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그 놀라운 믿음 하나로, 만나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나누어주는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실수투성이의 자신 때문에 후회하며 평생을 살 것인지, 실수투성이의 자신을 통해 내적으로 더 성숙해질 것인지는 정작 본인이 지금, 결정해야 할 마음가짐인 듯 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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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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