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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2) ‘주파수 맞추기’

서로간의 대화 이어주는 ‘심리적 주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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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가 라디오를 켜 놓고, 계속 이리 저리 돌리고만 있었습니다. 한참을 돌리던 꼬마는 잡음 소리 때문에 이내 풀이 죽어서 라디오를 꺼버립니다. 그러다 답답한 꼬마는 다시 라디오를 켜 보지만, 여전히 라디오 특유의 잡음만 유난히 큽니다. 그래서 꼬마에게 다가가 물어 봅니다. “꼬마야, 뭐 찾니?”

그러자 꼬마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아저씨, 있잖아요, 내가 찾는 라디오가 없어요”.

그래서 그 꼬마가 찾는 라디오 주파수를 확인한 후에 그 번호를 찾아 틀어 주었습니다. 꼬마는 그제야 신이 나서 그 라디오를 들고 자기 방으로 갑니다.

주파수! 이것은 라디오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사람과 사람의 대화에도 ‘주파수’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좋은 대화, 편안한 대화, 서로의 깊이를 알 수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심리적 주파수를 제대로 맞추어야 합니다. 만약에 주파수가 맞지 않는다면, 라디오의 잡음처럼 서로의 대화가 잡음이 되어, 오히려 더 큰 짜증을 안겨 줍니다. 예를 들어 대화에 있어서 한 사람은 ‘옳고 그름’의 확인 차원에서 대화를 하려 하는데, 다른 상대방은 ‘좋다 나쁘다’의 차원에서 대화를 할 때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의 소소한 일들을 보면, ‘옳은 것’이라 하지만 ‘나쁘게 보이는 것’도 있고, ‘그른 것’이라 하지만 때로는 ‘좋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정의로운 것’ 모두가 ‘사랑’을 다 담을 수 없고, ‘정서적인 사랑’이 때로는 ‘단호한 정의’로 인해 대화 소통의 장애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부부 상담 현장에서 ‘도대체 우리 부부는 대화가 안 된다’고 말하는 대부분이 주파수의 차이에서 오는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좋은 대화는 서로의 관계를 깊이 있게 만들어 주기에 한편의 예술로 비유될 수 있습니다. 좋은 예술 작품이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고,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처럼, 좋은 대화는 서로에게 깊은 감동과 함께 소중한 상대방으로 인해 마음의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주파수를 맞춘다는 것은 상대방이 말하고자 하는 그 흐름을 귀 기울여, 있는 그대로 따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기도’라는 공통의 주파수와 상대방 말을 잘 ‘듣기’라는 주파수를 맞추어 놓은 후에, 진지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잘 준비된 ‘주파수’가 인간 관계를 친밀하게 만들어 주는 또 하나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주파수’를 맞추는 것, 중요한 대화의 열쇠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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