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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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4) 무심코 지나친 사소한 것이 ''삶의 U턴 지점''

‘쪽지 한 장이 사람을 바꿀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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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정도, 힘들 때 만났던 형제님이 있습니다. 그분은 살아오면서 그다지 기쁠 일도 없고, 삶에 대한 열정도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세상에 대한 비난, 주변 사람들에게 대한 흠집, 가족들에 대한 불평, 그리고 자신에 대한 불만족으로 하루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동안 연락이 없었습니다. 6개월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 배우자와 함께 잠깐 들러도 되겠냐고. 다음 날 그분을 만났는데, ‘뭔가 좋은 일이 있었겠다’ 싶었지만 묻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분의 배우자가 먼저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애 아빠, 많이 변했죠?”

그러자 형제님이 아내에게 잠깐만 나가 달라며, 둘이서 할 말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내가 나가자마자 형제님은 내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습니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6개월 전 그날, 상담을 마칠 즈음 형제님에게 짧지만 좋은 단어 하나를 가지고 생활 중에 묵상하면서 지내면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는데, 그분은 말로는 하겠다고 했지만, 썩 내키지 않았답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 TV를 켜려는데, 탁자 위에 예쁘게 포장된 책이 하나 있어서 아내에게 물으니 단순히 성당에서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싶어서 포장된 책을 잠시 들었다 놓는데, 그 책 맨 앞에 자그마한 상본 크기의 예쁜 그림이 하나 있고, 그림 위에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보이더랍니다. 흔한 글인데, 그날은 그 문구를 읽은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나고, 몸이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머리로, 마음으로,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라는 말이 맴돌더랍니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살고 있는 나에게 그 말이 커다란 격려로 느껴지더랍니다. 그리고 연이어서 나름대로 단란한 가족과 조금은 먹고 살만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축하스럽고, 좋은 아내가 곁에 있는 것도 축하하고, 예쁜 딸이 있는 것도 축하하게 되더랍니다. 그래서 아내의 양해를 구해서 그 글자를 자신의 방에 붙여 놓고, 몇 달 동안 방을 나설 때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자신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말을 했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도, 직장 동료에게도 ‘축하합니다’라는 말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니 오히려 자신의 삶이 달라지게 되더랍니다.

그 후로 형제님은 상담 받으러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지금도 자신과 주변사람들에게 하루를 사는 기쁨을 ‘축하합니다’는 표현으로 나누며 살고 있을 그분을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봅니다. 그런데 문득 의미심장한 말이 떠올랐답니다. ‘축하합니다. 강석진씨’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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