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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2) 성 토마스 모어 ③

하느님과 일치하는 삶 통해 진정한 신앙 제시, 영적인 정치가 … 진솔한 신앙 그대로 정치화, 수장령 반발한 성인, 진리 말하고 한 줌의 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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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모어의 인생에 있어서 큰 변화가 50대에 찾아온다.

영국 국왕 헨리8세가 그에게 큰 직분을 맡긴 것이다. 토마스 모어는 헨리 8세에 의해 대법원장이 됐으며 결국에는 재상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정치인이 아니었다. 영적인 정치가였다. 오늘날 많은 정치인들이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진정한 신앙인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종교마저도 권력을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듯이 여겨지는 반영성적인 삶들이 많다. 진정으로 신앙을 가지고 있다면 반신앙적인 법률을 입법하고, 개인의 이익만 추구하는 그런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겉으로는 손을 펴서 넓은척 하지만 속으로는 손을 움켜쥐고 잡은 것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인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토마스 모어는 달랐다. 그는 진솔한 신앙을 그대로 정치화한 인물이다. 식사 때마다 감사기도를 통해 하느님께 감사했으며, 매일미사를 통해 늘 하느님과 가까이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국왕 헨리8세와 갈등이 일어나게 된다. 사실 헨리 8세는 원래 가톨릭적인 인물이었다. 루터가 종교분열을 일으킬 때, 국왕은 이러한 방식의 분열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고 그 공로로 교황으로부터 가톨릭 신앙의 수호자라는 칭호까지 받았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바로 국왕의 개인적 결혼문제였다.

헨리8세는 원래 스페인 공주였던 형의 아내 아라곤의 캐서린(Catherine of Aragon)과 결혼했다. 형이 사망하자 스페인과의 정치적인 관계 때문에 형수와 결혼을 한 것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아들이 없었다. 그 시점에 헨리8세는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불린(Anne Boleyn)을 사랑하게 되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캐서린과 이혼하고자 했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이 이를 허락하지 않자, 헨리8세는 이에 반발, 1534년 수장령(首長令)을 발표했다. 수장령이란 영국 국왕을 영국교회(성공회) 유일의 최고 수장(首長)으로 규정한 법령이다. 수장령으로 성공회는 로마가톨릭 교회와 분리됐다. 헨리8세는 더 나아가 1539년에는 영국내 모든 수도원을 해산시킨다.

이 과정에서 토마스 모어가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토마스 모어는 진리를 말했다. 이에 국왕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를 간신들이 또 부추겨 결국 토마스 모어는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1년여의 감옥 생활이 이어진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협박과 회유가 있었지만 토마스 모어는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국왕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실력있는 정치인을 살려둘 수 없었다. 결국 토마스 모어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된다. 그가 참수형을 당하기 직전에 남긴 말은 심금을 울린다.

“나는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께서 주신 내 생명을 그대로 돌려드린다. 그리고 나는 지금 일찍 죽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토마스 모어를 묵상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참으로 내적?세계적 형성을 완벽하게 구현한 인물이라는 점이다. 어린 시절 학업에 열중해 높은 수준의 지식을 성취했다. 또 유토피아 등의 저술을 통해 세계 형성에도 크게 기여했다. 더 나가가 진정한 하느님과의 합치의 삶을 통해 당 시대 사람들과 신앙 후손들에게 진정한 신앙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토마스 모어는 감옥 생활하는 동안에도 늘 기도하고 하느님과 합치된 삶을 살았다. 하느님의 정의에 어긋나는 일에는 조금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혼란한 시대일수록 올곧은 신앙인을 요청하는 법이다. 토마스 모어는 혼란한 시기에 진정한 신앙이 무엇인지 삶 자체로 보여주신 분이다.

일생동안 형성하는 신적신비의 진리를 지키는 파수꾼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느님이 계신다. 또 이권과 이권이 부딪치는 복잡한 세상에서 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토마스 모어와 같은 모델이 있다.

복잡한 이념의 홍수 속에서 오로지 하느님의 길을 걸어간 토마스 모어에 깊은 존경심을 표한다. 그리고 이 순교자를 인도해주신 하느님을 경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기도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 속에 있다. 토마스 모어와 같은 증거의 삶, 교회와 민족의 등불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마음깊이 기도하며 축복을 청한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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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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