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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5) ‘실수’ 깨끗이 인정하고 웃으며 행복하게 살자

‘관대하게, 좀 더 관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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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꼬마가 하루 종일 자기 옷 어딘가를 물로 씻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원하는 만큼 안 지워졌는지, 수세미를 가져와 밀면서 옷을 씻고 있습니다.

“꼬마야, 무엇을 그렇게 지우고 있니? 그리고 수세미로 옷을 문지르면 옷이 다 상한단다.”

그러자 꼬마가 대답했습니다.

“밥 먹다가 옷에 국물이 튀어 그 자국을 지우려고요. 옷에 국물을 흘린다고 친구들이 놀릴 것 같아서요. 그런데 완벽하게 안 지워져요.”

“꼬마야, 그렇게 작은 국물 자국은 유독 나만 보이지, 실제로는 다른 친구들 눈에는 전혀 안 보인단다.”

“아녜요. 이게 작아요? 너무 커요. 부끄럽고, 창피해요.”

우리도 깨끗한 옷에 음식 국물이 튀어, 기분이 찝찝하고, 남들이 그 자국을 볼까봐 계속 그 자국이 신경이 쓰여, 빨리 옷을 갈아입고만 싶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것 같은 그 자국, 결국 아무도 보는 사람도 없고 신경 쓰는 사람도 없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압니다. 그런데 그것이 옷에 튄 국물 자국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라면 어떨까요? 그리고 그런 ‘실수의 기억’에 사로잡혀, 창피스러워하고, 자책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하는 마음에 부끄러워 불안 초조해 한다면! 정서적으로 안정적이고 성숙한 사람이라면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실수했던 대상에게 진심을 다해 겸허하게 용서를 청하면서, 앞으로 좀 더 타인을 배려하리라 다짐하면서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꼬마처럼, 자신의 작은 실수를 자책하고, 필요 이상으로 부끄러워하고, 심지어 자신이 실수했던 기억을 지우려고 애써 과장하고, 그런 실수의 배경들을 탓하다 못해 가까운 가족까지 원망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사소한 실수조차 애써 지우려는 삶, 무척이나 자신을 지치게 하는 소모적인 삶이며, 이 삶은 결국 자신을 파괴합니다. 그러므로 좀 더 건강하게 생산적인 삶을 사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 ‘나 비록 오늘, 실수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잘못할 수 있지만, 좀 더 밝게, 좀 더 관대하게, 좀 더 여유 있게 하루를 살아 보겠다’는 마음의 결심도 가져봅시다. 그리고 ‘실수’가 두려워 긴장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왜냐하면 그 좋은 관계들이 오히려 실수를 감싸주고, 끌어안아 주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실수 목록을 이젠 좀 지우고, 현재 안에 계신 살아 계신 주님을 믿고, 그냥 성실하게 좋은 관계 맺으며, 웃으며, 넉넉하게 사는 마음, 세상 - 참으로 넉넉하게, 관대하게 잘 사는 삶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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