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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6) “당신의 말은 ‘두려움’과‘공포’의 대상?”

‘말! 사람을 살리거나, 죽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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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집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감정을 종잡을 수 없는 그 친구의 어머니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즉, 그 어머니는 가족들을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두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너무 답답할 때에는 어머니에게 ‘상담 좀 받으시라’ 말하고 싶지만, 그것 역시 문득 ‘큰 일 날 것 같은 이상한 예감’ 때문에 말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습니다. ‘큰일을 낼 정도’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묻자, 그 친구는 긴 한숨을 쉬며 말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에게 ‘너희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죽어야지 별 수 없잖아’ 혹은 ‘너희가 그것을 하지 않으면 내가 집을 나가 버려야지’라는 말을 수 없이 해 왔지요. 그때마다 두려움과 공포로 인해 할 수 없이 어머니 말을 따라야 했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무언가 표현할 수 없는 답답한 감정으로 인해 심리적인 위축을 받곤 했어요.”

문득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어깨를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러자 참았던 울음을 쏟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어머니는 주변 사람들과 관계는 잘 맺지 못하고, 늘 ‘내가 이만큼 했기에, 너희들이 이렇게 사는 것이야’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백 번을 해요. 그런데 가끔 그 말이 지겨워 한마디 하면, 변함없이 ‘이렇게 살면 뭐하나, 가족에게 버림을 받을 바에야 차라리 죽어야지’하면서 소리 내어 울어 버립니다. 그러면 그 순간 치솟아 오르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 그건 아무도 모를 거예요.”

사실 그 친구는 그 후로 알게 된 일이지만, 오래 전부터 어머니 몰래 우울증 약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나이도 있고, 학문적인 깊이도 있지만, 자기 안에 치유되지 않는 상처가 미성숙한 관념으로 흘러, ‘4’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누군가 빨간색으로 이름 쓰는 것만 보아도,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죽음’이라는 단어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그럴 때마다 ‘공포심’을 느끼며 지냈습니다. 참 좋은 친구인데, 마음은 만신창이 되어 있었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이에게 말로써 지속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통제’하려는 것은 끔찍한 폭행이며, 특히 어린 자녀에 그럴 경우 심리적 위축감을 부르는 무서운 폭력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자신의 언어를 살펴보며, 궁극적으로 좋은 마음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마음이란 마음 안에 사람을 살리는 좋은 말들을 많이 하는 것입니다. 좋은 말을 많이 하는 것, 서로를 살리는 참 좋은 부활의 삶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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