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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4)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②

꺼져가던 불씨, 진리와 열정으로 불 태우다, 성부·성자 큰 은혜로 순조로운 로마일정 보내, 자신에게 엄격·남에게 관대했던 겸손한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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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냐시오 성인은 이스라엘 성지순례가 꿈이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애타는 사랑의 열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당시는 무슬림들이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성인은 자신의 소망을 잠시 뒤로 미룬다. 대신 자신의 서원에 대한 인가를 얻기 위해 로마로 갔다.

이 로마로 이르는 길에 이냐시오는 또다시 신비한 체험을 한다. ‘구원의 성도’ 로마 가까이 이르렀을 때였다. ‘라스토르타’라는 소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를 바치고 있을 때였다. 이냐시오는 갑자기 황홀한 탈혼 상태에 빠졌다.

성부께서 나타나셨고, 그 옆에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이 보였다. 예수께서는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시며 “로마에서 너에게 은혜를 주겠노라”고 하셨다. 이냐시오의 마음에는 환희가 가득찼다.

이 계시는 사실이었다. 로마에 도착한 후, 모든 일이 이냐시오가 원하는 대로 순조로이 진행되었다. 이냐시오와 그 제자들 일행은 당시 교황 바오로 3세에게 알현을 청했는데 쾌히 승낙을 얻었다. 게다가 교황은 그들을 크게 환영해 주었다. 이쯤 되면 일은 다 이뤄진 것이나 다름없다.

1540년 9월 27일, 그들의 수도회 예수회에 대한 인가가 교황청으로부터 정식으로 내려졌다. ‘교회의 등불’ 예수회가 공식적으로 교회 안에서 인가를 받고 탄생하는 순간이다. 이후 예수회는 가톨릭교회의 진리를 수호하는 일에 늘 앞장서서 활동하게 된다. 교회의 앞을 비춰주는 등불과 같은 존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예수회는 종래의 다른 수도회와 달랐다. 우선 교황에게 특별 순명을 서원했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용감한 병사로서 그 영적 왕국을 위해 어떠한 위험도 두려워하지 않고 분투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당시는 극단적 개혁주의를 주장하는 마르틴 루터 등으로 인해 가톨릭 교회가 심한 위기를 겪던 시기였다. 이때 이냐시오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고 교황에 대한 순명을 약속하고 진리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것이다.

이처럼 예수회가 교회의 충실한 종이 될 수 있었던 그 기저에는 이냐시오의 ‘겸손’이 있다. 이냐시오는 수도회 인가 직후, 겸손한 마음으로 총장직을 사퇴하려 했다. 하지만 교황이 직접 명령해 이냐시오는 이후 15년간이나 총장직에 있으면서 회원들을 지도했다.

실제로 이냐시오는 참으로 겸손했으며, 특히 검소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그가 얼마나 가난하고 철저하게 살았는지는 그의 보잘것없는 책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상 위에는 성경과 준주성범 등 몇 권의 책뿐이었다.

또 매일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았으며, 그렇게 모은 시간에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극기의 삶을 살았다. 매일 소박한 음식에 만족했고, 때로는 몇 개의 구운 밤으로 식사를 때울 때도 많았다.

그런데, 대체로 이토록 엄격하게 사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엄격한 삶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냐시오는 달랐다. 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했으나 타인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했다. 온순하고 사랑에 가득 찬 웃는 얼굴로 대했다. 제자들에게도 고행은 완덕에 있어 중요한 것이지만 건강을 해칠 정도로 가혹히 해서는 안 된다고 훈계했다.

이러한 그의 삶이 있었기에, 그가 말하고 그가 행동하는 것은 큰 힘이 있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여러 개신교의 도전으로 인해 흔들리고 있었다. 이 시기에 그는 하느님을 만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했으며, 묵상 운동을 일으켰다. 또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헤매는 많은 사람들을 진리로 이끌고 냉담한 마음속에 정열을 북돋워 주었다.

그렇게 일생을 보낸 이냐시오는 1556년 7월 31일 로마에서 무수한 덕행과 공덕으로 장식된 자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바치게 되었다. 그 공덕과 무수한 기적으로 인해 이냐시오는 1622년에 시성되었고 피정과 영신 수련의 수호성인으로 선언되었다.

이냐시오라는 이름은 ‘타는 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제로 그는 타오르는 불이었다. 교회의 꺼지지 않는 불이었다. 그가 있었기에 교회는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참으로 불을 지르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충실한 도구였다.

“나는 이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이 불이 이미 타올랐다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루카 12,49)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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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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