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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67) 내가 좋으면 너도 좋아야 한다?

내 방식대로 타인을 바꾸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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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잘 아는 형제님이 있는데, 그분은 살면서 주변에 힘들어하는 분이 있으면, 자신의 일처럼 돕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좋은 책들을 선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선물한 분에게 꼭, 책을 읽은 후의 반응을 확인하는데, 상대방 반응이 별로거나, 원하는 만큼의 좋은 반응이 없으면 본인 스스로 못 견뎌합니다.

‘그 책이 얼마나 좋은 책인데 읽고도 감동조차 없다니…’

그분에게도 인생의 방황기가 있었을 즈음, 어느 수녀님을 통해 책 한 권을 선물 받은 적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책과 함께 존경하는 수녀님과 좋은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형제님은 선물 받은 그 책을 몇 번씩이나 읽었답니다. 아무튼 책 때문이었는지, 수녀님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이 놀라게 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후로 수녀님이 자신에게 베풀어 준 그 좋은 모습 그대로를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고자 결심을 했습니다. 거기까지는 누가 보아도 참 좋은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분은 자신이 변했던 만큼 타인도 자신만큼 변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었습니다.

힘든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것, 쉬운 일인가요? 그리고 그분이 변화된 계기만큼, 다른 사람에게도 그 계기가 주어질 때 똑같이 변화할 수 있을까요? 사실 사람 마음이 바뀌는 것은 나름 고유한 계기가 있을 것이며, 그것이 결국은 은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계기를 자신의 경험이나 방식 그대로 다른 사람도 변화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사람이 변하는 은총’ 또한 억지스럽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도움을 받은 그 방식대로 타인을 도와주고자 할 때, 그 결과 역시 자신이 좋았던 만큼 타인도 좋아야 한다는 유혹을 잘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이 유혹은 때로는 자신이 받은 감동의 크기와 양조차, 타인에게 그만큼 이상의 감동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분별하기 어려운 유혹에 빠지면, 자신이 도움을 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감동을 받지 않을 때 실망을 표현하게 되고, ‘진심을 몰라 준다’, ‘내 뜻을 제대로 안 따라 준다’며, 흥분하게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화를 내면서 말입니다. 그리하여 정작 지금 힘든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들면서 말입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우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 스스로가 힘들어 하는 사람 옆에서 변함없는 ‘좋은 신뢰자’로 있을 수 있는지를 보아야 합니다. 내 방식대로 타인이 변화되기를 바라는 것, 지나친 영적 욕심입니다. 지나친 것은 차라리 아니 한 만 못할 수 있습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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