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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5)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③

고통 중에 함께 계신 하느님을 만나십시오, 혼돈의 시대 … 수용·겸손·완덕의 삶 갈망, 전장에서의 부상으로 새로운 삶 시작한 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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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사람들은 누구나 “내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힘들게 살았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노인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노인 세대가 시대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낸 듯 하고, 50대 장년층도 자신들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한다.

요즘 청년들도 취업난 등으로 스스로 가장 힘든 시기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이 살아온 과정이 역사적으로 가장 격동기였으며, 가장 험난한 시기라고 한다.

그런데 예수회 창설자인 성 이냐시오가 살았던 시기만큼, 험난했을 때가 또 있을까 싶다. 1491년에 탄생해 1556년까지 살았으니, 65년간 살았다. 이 시기는 소위 종교 분열이 일어났던 시기다. 1500년 가까이 한 신앙 안에서 이어오던 로마 가톨릭교회가 수십 수백 교회로 갈라지는 단초가 생겨나던 시기였다. 말 그대로 분열과 혼돈의 시대였다.

루터가 태어났을 때, 이냐시오는 8세의 소년이었다. 종교 분열의 또 다른 한 축이었던 쯔빙글리가 태어났을 때 이냐시오는 7세였다. 이냐시오는 또 장로교의 시조로 여겨지는 칼뱅과 영국 성공회의 창시자인 헨리 8세보다는 18세 동생이다. 영국 성공회에 저항하다 순교한 성 토마스 모어 보다는 13세 동생이다.

여기서 잠깐 종교 분열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루터에 대해 알아보자. 루터는 가톨릭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으며, 가톨릭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22세 때는 수도원에 들어갔으며, 24세때 사제품도 받았다. 그러던 그가 고민에 빠진다. 수도생활도 많이 하고 사제도 됐지만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깨닫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졌다. 완덕을 수양하는 것도 어려웠다. 육신적으로 다가오는 정욕에 대한 유혹도 받았다. 정욕에 대한 유혹을 받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이는 루터뿐만 아니라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은 누구든지 경험하는 일이다. 유혹 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인간은 하느님께서 주신 본능적인 성적 에너지, 정신적 에너지, 영신적 에너지를 다 느끼도록 되어 있다. 모두 우리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영적인 에너지는 못 느껴서 문제라면 성적인 에너지는 너무 강하게 느껴서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루터는 이러한 문제와 함께 더 큰 고민도 안고 있었다. 바로 인간의 의화(義化)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가 성화되고 완덕에 도달하고 구원을 받는데 있어서 과연 인간 노력이 중요한가, 아니면 하느님의 은총이 더 중요한가 하는 문제였다. 물론 우리는 이 두가지 모두가 함께 중요하다는 것을 지금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 루터는 교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주시하면서 인간의 공로가 아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더 중요하다는 신학적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시점에 당시 교황 레오10세는 (앞선 교황때부터 이어져 내려온 문제이긴 했지만) 성베드로 대성전 재건을 위해서 전대사를 반포했다. 이는 자칫 전대사 남발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문제였다. 이에 루터는 나름대로 이 문제는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이 문제의 잘못을 지적하는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본격적으로 교회가 갈등 관계에 서게 된다. 이후 봇물이 터지듯 반 가톨릭적 움직임이 전 유럽으로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혼돈 시대의 중심에 수용과 겸손, 치열한 완덕을 갈망하는 삶을 살았던 이냐시오가 있었다. 따라서 이냐시오의 삶과 영성을 살펴보는 것은, 이념과 가치의 혼돈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크게 도움이 된다.

영주의 아들로 태어난 이냐시오는 젊은 시절까지 노는 것을 좋아했던 평범한 부잣집 아드님이었다. 서른 살이 될 때까지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세속 쾌락 등을 추구하며 살았다. 그런데 인간은 본질적으로 쾌락에 흥미를 잃게 되면, 그 다음에는 명예에 눈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냐시오도 스페인과 프랑스의 전쟁에 기사 직분으로 참여하게 된다. 영주의 아들인 그는 전쟁에서 명예롭게 싸웠다. 그런데 이때 이냐시오의 인생에 결정적 전환이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폭탄이 그의 옆에서 터졌는데 다행히 다리 부상만 입고 목숨을 건진 것이다. 이냐시오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혈기왕성한 그였지만 꼼짝없이 침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의 은총은 대체로 인간이 고통중일 때, 또 인간이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을 가질 때 찾아오신다. 그리고 그 은총 속에서 섭리하신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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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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