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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56) 로욜라의 성 이냐시오 ④

명예·권력 버리고 한평생 하느님 위해 살아, 세속 삶 참회하며 고난의 긴 명상생활, 20여 년 빈민 구제하다 ‘예수회’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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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고, 잘생기고, 명예심 가득했던 자신만만하던 청년 이냐시오가 지금 전쟁 도중 입은 부상 때문에 병원에 누워 있다.

이때 이냐시오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읽게 되는데 그 책들은 신앙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이냐시오는 이 책들을 통해 세속적으로 추구했던 쾌락과 명예가 모두 껍데기임을 알게 된다.

이냐시오는 또 이 시기에 성인전도 많이 읽었는데 특히 베네딕토 성인에 대한 전기를 읽었지 않았나 짐작된다. 왜냐하면 나중에 퇴원한 후에 곧바로 베네딕토 수도원을 순례하였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성인은 이냐시오보다 1000년 전 사람이다. 그 1000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하느님의 섭리가 베네딕토를 통해 이냐시오에 닿고 있는 것이다. 신비롭지 않을 수 없다. 이냐시오 성인은 또 성모님 상본을 가지고 밤샘 기도하는 도중에 특별한 영적 깨달음도 얻게 된다.

영(마음)이 바뀌면, 행동도 달라지는 법이다. 이냐시오는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화려한 갑옷과 옷들을 모두 내놓는다. 그리고 자신은 초라한 옷 한 벌만 걸친 채 동굴로 향했다. 시설이 잘 갖춰진 성체 조배실에서 1~2시간 기도하는 것도 힘들어 엉덩이를 들썩들썩 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동굴에는 벌레도 많고 추위와 굶주림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짐승들의 위협도 큰 걱정거리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냐시오는 과거 쾌락과 명예만 추구했던 세속적 삶을 참회하며 10개월간 고난을 이겨내며 명상에만 잠긴다. 이때 처음으로 구상되고 집필되기 시작하는 것이 바로 유명한 ‘영신수련’이다.

이제 이냐시오는 “아~ 하느님의 뜻이 이렇게 귀하고 아름다운 것이구나!”, “하느님의 뜻을 어떻게 하면 완벽하게 실현할 수 있는지 이제야 알겠다”, “이웃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등에 대해 묵상과 관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동굴에서 나와 30살의 늦은 나이로 신학교에 입학, 46세에 사제가 된다. 혹자는 46세 사제서품을 두고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니냐고 말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김대건 신부님은 1년밖에 사제 생활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도 영원한 사제의 표상으로 공경받고 있다. 사제는 언제 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내면이 영적 모습으로 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50년을 살면 뭐하고, 60년을 살면 뭐하겠는가. 사제 각자가 내적으로 어떤 모습인가가 중요하다. 이냐시오는 동굴에서 자신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았고, 그 깨달음으로 사제가 됐다. 46세 나이는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제 이냐시오는 이후 20여 년간 빈민들을 구제하는 등 본격적으로 하느님 일을 해 나가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일은 바로 ‘예수회’라는 수도회를 창설한 것이다. 이냐시오는 이 예수회를 통해 교회를 다시 초월적으로 변화시키고, 사회도 변화시키게 된다. 더 나아가 예수회는 베드로 사도로부터 이어 내려오고 있는 교황님의 역할과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부각시키는 중요한 역할도 하게 된다. 특히 교회를 국가 권력에 예속시키고자하는 잘못된 세속적인 생각들에 대해 과감하게 대처해 나갔다.

이러한 예수회의 업적은 모두 이냐시오의 영적인 영향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냐시오는 예수회 창설 이후에도 스스로의 내면형성을 위해 검소하고 엄격한 생활을 이어나갔다. 하루 3~4시간밖에 잠을 자지 않으며 묵상과 수련에 힘썼다. 또 이웃에 대해선 늘 상호 형성적 삶이 되도록 관용적이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대했다. 또 총 6500여 통의 편지를 통해 세계 형성적 차원에서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끌어안는 모습을 보였다.

하느님은 명예심과 권력욕 넘치던 이냐시오를 특별한 방법으로 부르셨다. 그리고 끊임없이 인도하셨다. 이냐시오는 이 부르심에 충실히 응답했고, 모든 생애를 바쳐 하느님을 위해 살았다.

우리에게도 이제 새로운 인생관, 새로운 종교관, 새로운 세계관이 필요하다. 신적신비를 더욱더 새롭게 체험해나가는 이런 우리들이 될 수 있도록 하느님께 청해야겠다. 그리고 매일 매일의 삶이 영신수련의 삶이 될 수 있도록 보살펴 주시길 청해야겠다.

단순히 이냐시오 성인을 공경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분이 제시한 영신수련에 진정한 맛을 깨닫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한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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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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