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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70) 혼란스러운 자녀 마음

“아이 탓 말고 부모가 보여준 모습 되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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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말대로 하면,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는 학생이 부모님과 함께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 학생은 “자신이 왜 여기에 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 한마디 외에 전혀 말을 하려거나 대화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이 모습에 부모는 계속 자녀에게 뭔가를 말하라고 보챘습니다. 이런 장면은 학생들을 상담할 때 보여지는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자녀와 함께 상담 현장에 온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문제 있다고 생각해서 상담을 받으러 왔는데, 자기 자녀가 집에서 하는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상담자에게 구체적으로 보이면, 무척이나 부끄러워하고, 성급해지고, 당황스러워 하였습니다. 집에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자녀가, 바깥에서는 문제가 없는 척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한 일입니다.

아무튼 상담자에게는 좋은 단서인 자녀의 행동에 대해 부모가 오히려 그 단서를 감추려 하였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그 학생의 아빠는 그만 가자고 화를 내고, 그 학생의 엄마는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좀 더 기다리자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오히려 부모가 그 자리에서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학생이 소리를 지르면서 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해, 지겨워 죽겠어. 서로가 그렇게 안 맞는데, 왜 결혼을 해서 나를 낳아서 이렇게 힘들게 만드냐구. 제발 그만 해. 지긋지긋해.”

긴박한 상황이 정리가 되고 그 학생이 안정을 취한 후 부모를 밖으로 보내고 학생과 대화했습니다.

“네가 보기에, 너의 엄마, 아빠가 서로 안 맞는 것 같니?”

“예. 맨날 저래요.”

“아빠 엄마가 저렇게 할 때, 어떤 생각이나 마음이 드는 것 같니?”

“도대체 종잡을 수가 없어요. 어릴 때는 뭣도 모르고 지냈는데, 이제는 숨 막혀요. 엄마 말 다르고, 아빠 말이 다를 때에는 집에서 살고 싶지가 않아요.”

많은 상담자들이 자녀 문제로 상담하러 오는 부모를 보면, 대부분 부모가 먼저 상담을 받아야 할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비행’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는 자녀들의 대부분은 일차적으로 부모의 영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의 혼란스러운 입장 차이로 인해, 자녀들은 스스로 내적인 갈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녀들은 가족, 혹은 어른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는 과정에서 자신 안에서 나오는 ‘분노’를 자기 방식대로 해결하다 보니, 문제 아닌 문제들이 크게 발생을 합니다.

“우리 애 문제 있어”라고 말하기 전에, “우리 부부가 자녀에게 혼란스러운 갈등을 유발하지 않는지”를 먼저 보았으면 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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