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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62)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6)

“하느님과의 맞선 자리에 초대합니다”, 올바른 판단 위해 영적지도자 역할 중요, 하느님께 향한 마음 활짝 열고 순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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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당 사목회를 비롯해 각종 교회내 단체에서 봉사하는 신앙인들은 참으로 열성적으로 일한다. 이들은 대부분 하느님의 뜨거운 사랑을 체험한 이들이다. 하지만 이 단계에 그냥 머무른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어진 교회 직책은 그런대로 수행할지 모르지만 영적으로는 장님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 수 있다.

테레사 성녀가 말한 3궁방을 넘어, 4궁방으로 들어가야 한다. 4궁방에선 초자연적 기도가 가능해진다. 3궁방까지 지성과 이성과 기억, 인간적 의지를 가지고 기도를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초자연적인 기도가 가능해진다. 여기서 초자연적 기도란 하느님께서 직접 주시는 은총의 신비를 바탕으로 하는 기도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의 노력으로 왔지만, 이젠 그 한계를 넘어설 때가 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능동적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수동적 차원의 신비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3궁방까지는 나 자신이 노력을 해서 물을 길어먹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직접 물통을 들고 수고스럽게 수 킬로미터 떨어진 우물까지 가서 물을 길어서 먹었다. 하지만 4궁방에서는 집까지 연결된 수돗물에 입만 대면 된다. 조금 다른 비유로 들자면, 지금까지는 어머니의 젖과 비슷한 분유를 먹었다면, 이제는 직접 어머니의 가슴에 입을 대고 젖을 빨아 먹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수돗물이나 어머니의 젖이 그리 시원하게 나오지 않는 단계다. 그래서 일부는 직접 물을 길어도 마시고, 분유도 함께 먹어야 한다.

진정한 하느님과의 합치는 5궁방에서 구현된다. 이 단계에 대해 테레사 성녀는 기막힌 비유를 들었다. 하느님과 맞선을 보는 단계라는 것이다. 그동안 전화 통화만 하고, 글만 주고 받았는데 그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직접 보는 단계다. 그분을 직접 보게 되니 더욱 매력이 넘치는 분이다. 지금까지 느꼈던 사랑의 감정은 직접 얼굴을 보면서 한층 더 불타오르게 된다. 불교적 표현을 빌리자면 이 단계는 ‘일시적’ 해탈의 단계로 볼 수 있다.

맞선은 직접 만나는 것이다. 정식미팅(meeting, blind date)이다. 일반적으로 미팅을 할 때 우리는 처음에 정신적인 차원에서 한다. 어디 사느냐고 묻고,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 묻고, 아버지는 무엇을 하는지, 가족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파악한다. 이렇게 정신적이고 이성적인 대화가 끝나고 마음이 끌리면 그 다음에는 정감어린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정감으로 끌리고 나면 우리는 의지적으로 앞에 있는 미팅 대상자를 진정으로 ‘선택’하게 된다. 우리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A도 만나고 B, C, D 등 많은 사람을 만난다. 하지만 A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B와 C, D를 만나는 시간을 줄이고 주로 A와 많이 만나게 된다. 온전히 A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게 된다. 지금까지 1~4궁방까지는 소위 펜팔과 전화 통화의 단계였다. 그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많은 좋은 것을 줬는데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따질때가 많다. 그런데 이제 비로소 얼굴을 맞대고 정식으로 맞선을 보니, 그동안 상대방이 이야기 했던 것을 잘 알아들을 수 있다.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이다. 마음을 모두 열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또 중요한 문제가 있다. 맞선을 볼 때 일반적으로 우리는 부모님과 함께 나간다. 앞에 있는 상대가 마음에 든다고 해도, 분별이 필요하다. 그 분별을 해 주는 분이 부모님이다. 여기서 부모님은 바로 영적 지도자다. 5궁방에서는 초자연적 기도 단계에 들어가기 때문에 형성하는 신적 신비께서 주시는 여러 은총에 대해 잘 분별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나약함을 지니고 있고, 그 결과 잘못된 오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거짓된 환상을 보고 진정한 체험으로 착각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환시와 환청을 하느님의 계시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맞선에 나선 여성은 나이가 어리기에 자칫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부모님이 옆에 있어서 네가 선택한 A가 정말 바른 사람이다 라고 분별을 해 주어야만 딸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사기 결혼하는 사람(악마)은 나이어린 젊은 여성(영적 초심자)을 쉽게 속일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는 부모님까지 속이긴 힘들다. 부모님은 얼굴만 보고서도 “저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해 줄 수 있다. 물론 부모님의 판단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그 지도를 받을 때 올바른 결혼을 할 확률은 높아진다.

자! 이제 맞선이 훌륭히 끝나면 무엇을 하는가. 약혼을 한다. 약혼 뒤에는 결혼을 한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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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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