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63)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7)

“영혼의 성에서 제2의 그리스도 삶을 살다”, 사랑 느낀 후 고통 올 때 오로지 당신께 맡겨야, 7단계 궁방 모두 체험한다면 완전한 합치 상태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5궁방에서 하느님과의 맞선 후,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되면 의외의 현상이 찾아온다. 고통이 찾아온다. 당신 얼굴을 뵈옵는 그 환희의 신비 뒤에 고통의 신비가 따라온다. 그 고통의 신비를 뛰어 넘어야, 십자가에서 죽은 후 부활이라는 영광의 신비, 빛의 신비가 가능해 진다.

1∼4궁방까지도 물론 고통이 있었다. 희생과 봉사의 고통이 있었다. 하지만 5궁방에서의 고통은 그 차원이 다르다. 여기서의 고통은 하느님께서 느끼시는 고통이다. 그 고통을 고스란히 내가 느낀다.

이 단계에서 만나는 또 다른 변화는 정신적 차원이 약해지고 영적인 차원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진복팔단의 신비를 진정으로 알게 된다. 이제 과거의 독충과 벌레들이 빠져나가고 당신께서 주시는 것, 영적인 것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다 보니 머리로 이해할 수 없었던,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진리를 ‘오오!’하고 무릎을 탁 치며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가르치는 바를 그 밑바닥까지 온전히 알게 되는 것이다.

사실 3궁방까지는 언제든지 다시 원래 있었던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5궁방에 들어오면 조금 안심을 할 수 있다. 한때 신앙에 심취했다는 사람도 3궁방 수준에 머물면 언제든지 다시 냉담할 수 있다. 5궁방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평신도 사도직을 수행할 수 있는 든든한 영혼을 갖추게 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신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전인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그 다음, 6궁방으로 들어서게 되면 우리는 점차 약해지고 하느님이 강해진다. 주도권은 이제 하느님께 넘어간다. 나는 더 이상 말할 것이 별로 없다. 당신께서 주시는 것이 얼마나 좋고 신비스로운지 나는 다만 가만히 응시하고 만끽할 뿐이다. 세계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신비 앞에서 그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이 6궁방의 신비를 체험하면 참으로 강해진다. 당신이 이끄시는 힘이 얼마나 센지,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합쳐도 당신의 힘에는 바닷가의 모래알 하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위 사람들의 모함과 공격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게 된다. 하늘에서부터 오는 진정한 행복에 푹 빠져 있기 때문에, 모든 당신 가르침에 순응하고 순명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예수님의 가르침인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도 진정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모함 때문에 목숨을 잃게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전혀 흔들림이 없게 된다. 순교자들이 목숨까지도 쉽게 내 놓을 수 있는 것도 이런 체험 때문이다. 이 6궁방에서 느끼는 행복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일반적인 행복감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제 하느님이 눈 앞에 늘 아른거린다. 결혼 초창기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옆에 없어도 늘 보이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이 군대에 가면, 여인의 마음은 애인과 군대에서 함께 훈련을 받는다. 사랑하는 남편이 직장에 가면 아내의 마음은 늘 남편과 함께 있다. 이렇게 이제는 하느님이 그냥 보이고, 그분이 계속 옆에서 말씀해 주신다.

그러면서 동시에 한 가지 놀라운 체험을 한다. 이곳에서 설명하기가 조금 조심스럽긴 하지만, 바로 죽음에 대한 원의다. 죽음을 원하게 된다. 하느님을 빨리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지복직관을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 7궁방에 들어가면 이런 체험도 없어진다. 죽고 싶지 않고 더 열심히 살고 싶어진다. 하느님과 완전히 합치된 상태다. 단지 영(마음)으로만 하느님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과 지성으로 완벽하게 하느님을 느낀다. 눈과 귀가 영적인 눈, 영혼의 귀가 된다. 영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영적인 몸으로 음식을 섭취한다. 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하느님 안에서 온전히 잠기게 된다. 나는 완전히 초월의 삶을 살게 된다. 과거의 본능적이고 자연적인 상태에 묶여있던 내가 하느님 능력으로 인해 초자연적인 상태로 변화된다. 이 같은 영혼의 성 각 궁방을 테레사 성녀가 말한 기도 7단계로 나눠 보면, 구성 기도(1궁방)와 추리적 묵상(2궁방), 정감의 기도(3궁방), 단순함의 기도(4궁방), 일치의 기도(5궁방), 순응일치의 기도(6궁방), 완전히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변형 일치의 기도(7궁방)가 된다.

7궁방 변형 일치의 기도는 완전히 없어지는 무(無)이지만 동시에 초월(超越)이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하느님을 닮은 제 2의 그리스도로서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1-09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갈라 5장 13절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다만 그 자유를 육을 위하는 구실로 삼지 마십시오. 오히려 사랑으로 서로 섬기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