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9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65) 십자가의 성 요한 (2)

아빌라의 테레사 만나 새로운 인생 시작, 어린시절 환자 돌보며 고통의 하느님 체험, 어두운 감옥서 절망 이기고 「어둔 밤」 집필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신비신학의 대가 십자가의 성 요한은 친분 돈독하던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보다는 27살 아래다. 그는 테레사 성녀와 함께 교회에 새로운 영적 바람을 일으켰으며, 하느님을 따르는 삶의 모범을 보여줬다. 그가 어떻게 형성적인 삶을 살 수 있었는지 살펴보자.

어린 시절은 비참했다. 홀어머니의 손에서 자라난 그는 경제적으로 많은 고통을 받았다. 그러다 우연히 한 은인의 도움으로 병원 간호사로 일할 수 있었으며, 신학교도 다닐 수 있었다.

요한이 병원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은총이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돌보면서 고통 받으시는 하느님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고통에 직면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느님을 찾기 마련이다. 병자들도 자신이 얼마나 하느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지 안다. 그래서 애원하고, 매달리게 된다. 자연스레 하느님과 가까이 하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요한은 이렇게 고통받는 환자들의 모습 속에서 살아있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게 된다.

이후 요한은 수도회에 입회하게 되는데, 가르멜회였다. 그리고 25세가 되던 해, 사제품을 받게 되고, 또 그 해에 아빌라의 테레사도 만난다. 이 점에서 요한에게는 25세의 나이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테레사는 52세로 완전한 하느님의 딸이자 배필로 살고 있을 때였다. 요한은 테레사로부터 인간이 무엇인지, 또 인간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눈뜨게 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어떻게 하느님을 따라야 할지, 어떻게 하느님을 만나야 할지를 깨닫게 된 것이다.

확신에 가득찬 요한은 진정한 수도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26세때 남자 개혁 가르멜 수도회를 연다.

그런데 선각적인 행동은 늘 걸림돌을 만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기존 가르멜회 수도자들이었다. 이들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수도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원래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을 끌어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 하향 평준화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혹하게 만드는 이유도 그래서다. 잘 살지 못하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 진다. 가르멜회 회원들도 그래서 요한의 개혁 가르멜회를 험담하고 모함했다.

요한은 결국 감옥에 갇혔다. 비참했다. 요한이 생활하는 방은 가로 1.8m, 세로 3m 였다. 그 좁은 방에 대소변을 처리할 양동이 하나가 있었다. 사람들은 요한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이 양동이를 며칠씩 치우지 않았다. 게다가 요한의 방 바로 옆에는 공용 화장실이 있어서 악취가 심했다. 햇빛 구경도 할 수 없었다. 곰팡이와 더러운 오물로 가득한 이런 방에 오랜 기간 갇혀서 살다보면 건강한 사람도 병이 나기 마련이다. 요한의 체중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런 극한 상황에서 번민이 생기지 않는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 참담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요한은 암흑의 구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홀로 철저하게 내버려졌다. 영혼의 맨 밑바닥에선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이런 번민에 덧붙여 욕망과 욕정이 함께 일어났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오래전에 스스로 억눌러 없애 버렸다고 생각한 것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요한은 수많은 욕망과 욕정들이 자신을 질질 끌어다 암흑 속에 내동댕이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요한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요한의 육체와 정신을 향한 가혹한 채찍질은 끝없이 계속됐다.

그러던 1758년 5월의 어느 날 요한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온다. 간수가 바뀌었다. 이 간수는 그동안 심장이 찢어지고, 오장육부가 흩어지는 그러한 극한의 고통 속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고 평온한 모습으로 기도에 열심인 요한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간수는 이제 남모르게 새 옷도 넣어주고, 음식도 보충해 주는 등 성심껏 편의를 봐주게 된다. 하지만 요한이 정작 원했던 것은 다른 것이었다. 요한은 간수에게 노트와 필기도구를 구해 달라고 말한다. 간수는 종이와 필기도구를 구해 주었다.

그런데 감옥에는 빛이 없었다. 2인치(5~6㎝) 구멍으로 들어오는 가느다란 빛줄기가 전부였다. 그 구멍도 요한의 키보다 높은 곳에 나 있었다. 요한은 바닥에 물건을 놓고 그 위에 올라가 그 가느다란 빛에 의지해 글을 썼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오늘날까지 그 누구도 넘보지 못하는 신비 신학의 대작, 「어둔 밤」이다.


정영식 신부 (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 (엘리사벳·선교사)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1-23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19

1요한 3장 14절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음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