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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79) 성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포기,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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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동창들을 못 보고 산지가 20년을 훨씬 넘었습니다. 그러다 아주 가끔 고등학교 동창들의 소식을 들을 때가 있는데, 간혹 놀랄 때가 있습니다. 그건 우리들의 기억 속에 있는 몇몇 친구들의 모습이 지금, 너무나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 친구는 중?고등학교 때 같은 학교를 다녀 친하게 지냈는데, 그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도 너무나 공부를 싫어했던 친구였습니다. 그 후 몇 년 전부터 그 친구의 소식을 들었는데, 꽤 괜찮은 미술대학 교수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우연히 그 친구가 나에게 먼저 안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나는 반가우면서도, 넌지시, 어렴풋한 기억 속의 과거 기억을 꺼내며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렇게도 공부를 싫어하던 네가 어떻게 대학교수가 되었냐!”

그러자 그 친구는, “그건 나도 기적이라 생각해, 하하하. 고등학교 졸업 후에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늦게 알게 되었어. 다른 사람들 역시 그때 내가 시작하는 것을 늦었다고 말렸는데 그때 내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나. ‘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아무튼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하고자, 그 분야에 매진하기로 마음먹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무척이나 힘들고 어려웠어. 하지만 그때마다 늦었다 포기하고픈 생각을 이겨내면서, ‘나는 단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늦게 알았던 것뿐!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그리고 지금까지 그 마음으로 살아왔더니, 지금의 내가 되었어.”

이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 공부를 너무 싫어했던 몇몇 친구들 역시, 지금은 각자의 인생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이 놀랐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이 되는 ‘직업’, 그리고 그것을 얻기 위한 ‘고등학교 시절의 학업적 평가’가 인생의 전부로만 평가되는 것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주변에 고등학생을 둔 부모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고등학생 자녀의 인생을 어른의 시각으로 자녀들의 진정한 원의를 재단하고,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게 합니다.

이는 상담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진학 문제 때문에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 거의 대부분이 ‘자녀의 지금 성적’으로 자녀의 미래인생이 불행할까봐 어쩔 줄을 몰라한다는 것입니다.

불안이 불안을 낳고, 불안 때문에 불행이 시작되는 그 불안한 우리의 삶. 자녀의 ‘고등학교 성적’에 두려움을 가질 시간이 있다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자녀’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인생의 전부로 생각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단지 ‘고등학교 성적’ 때문에 자기 인생의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야 말로 부모, 즉 자녀보다 인생을 먼저 건강하게 살았던 선배로서, 진정 소중한 충고이고, 믿음을 주는 행동이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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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1-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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