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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0) 신앙, 체험과 믿음 사이에서

건강한 신앙체험, 올바른 믿음 있어야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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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종교적인 문제로 찾아오는 사람들, 혹은 그런 분들의 가족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처음에는 헷갈릴 때가 많았습니다. 엄청난 양의 기도 시간, 묵주 기도의 횟수, 희생과 봉사, 어떤 분들은 방안 가득 온갖 섬뜩한 성상과 상본을 가득 채워 놓고 사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일들이 있으면, 신앙 체험에 심취해 있는 당사자보다 그것을 보고 있는 가족들이 몸서리치는 고통을 겪으면서, 신앙에 등을 돌리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정도가 너무 지나칠 경우 ‘종교 망상’에 빠져 정신과 상담 혹은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통해서 안정을 찾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의 종교적 신념 안에 담겨있는 ‘맹목성’은 여전히 뿌리가 남아, 또 언제 ‘신앙’이라는 구실로 자기 자신과, 가족, 이웃과 단절할지 모를 불안함의 여지를 남겨 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이야기 속에는 자신의 기도 중에, 혹은 꿈속에서 자주 신(神)을 체험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은 그렇게 체험된 신에 의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것뿐이라 말합니다. 사실 ‘신앙 체험’은 정확하게 숫자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무척이나 개인적인 부분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각자가 체험했다고 말하는 신기한 현상에 대해서 어떠한 지침서를 가지고 판단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우스개로 내가 방문해 본 몇 군데 정신과 병원에는 자기가 신이라고 꿈에서 계시를 받은 사람들이 꼭 한두 사람씩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하늘로부터 받은 비밀이기에 쉽게 밝힐 수 없다는 사실, 하지만 의사들은 믿음이 없어서 그것을 믿지 않기에 꼭 나에게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속삭였습니다. 그럴 때 마다, ‘약은 잘 드시고 계시죠!’하고 말해 줍니다. 그러면 그 분들은 자리를 뜨면서 천기는 함부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면서병원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 천기를 드러내곤 하였습니다.

아무튼 신앙은 단지 체험으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즉 자신이 체험한 신앙이 신앙의 전부가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복음에서 예수님 곁에서 실제로 예수님을 체험한 제자들마저 십자가사건 전까지 믿음에 도달하지 못했던 모습 속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자의 신앙 체험이 건강할 수 있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신앙의 가치인 올바른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자신이 믿는 신앙에 대한 진정한 믿음은 그 신의 참된 모습을 제대로 보게 해 줍니다. 신이 인간과 깊은 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처럼, 믿음은 우리를 나와 내 자신, 가족, 동료와 이웃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맺게 해 주며, 기쁨 안에서 겸손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의미를 발견하게 해 줍니다. 참된 믿음만이, 기쁨 안에서, 자신과 주변 모든 이들을 더불어 행복하게 해 줄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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