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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1) 부부 갈등과 자녀의 위기

부부싸움에 자녀 속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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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가 부지런히 ‘칼’로 물을 베고 있을 때, 그 옆에 있는 자녀들은 부모를 보면서 ‘두려움과 공포’ 등을 느낀다는 사실을 아시는지요? 특히 ‘칼로 물을 베는 부부 싸움’ 안에서, 부부들은 자녀들을 방패삼아, 자녀를 자기편으로 만들어, 상대방 배우자를 공격하곤 합니다.

“얘야, 우리가 이렇게 싸우는 것은 네 엄마가 문제가 많아서란다. 네 엄마 성격이 원래 못돼 먹은 사람이란다. 네 엄마 식구들이 다 그런 사람이라 고칠 수가 없구나!”

“아이고, 얘야, 네 아빠가 나와 우리 가족을 얼마나 괴롭혀 왔는지 모를 거야. 네 아빠랑 결혼하지 않았으면 더 행복했을 텐데. 네 아빠는 정말, 얼마나 괴팍하고 난폭한 사람인 줄 너는 아니? 모를 거야.”

이런 종류의 말들을 들어가면서, 부모의 부부 싸움을 지켜보아야 할 자녀들은 엄청난 혼란스러움에 심리적 압박까지 받게 됩니다. 세상의 전부이며, 안식처로서의 부모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가, ‘원망과 증오’가 가득 담긴 부모의 말을 ‘두려움’과 ‘공포’로 들어야 할 때, 그리고 ‘가족이라는 굴레’에 묶여 꼼짝하지 못한 채 가만히 듣고 있어야만 하는 자녀들의 속마음은 ‘부모에 대한 실망감’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러한 마음의 무게는 서서히 부모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정서적으로 아주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청소년 시기일 때에는 부모에 대한 반감이 ‘비행’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로까지 번지는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정 안에서 부부 서로가 크고 작은 갈등을 통해 ‘칼로 물 베는 부부 싸움’으로 번질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갈등과 싸움의 파장을 자녀에게 옮기지는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로서 부부는 자녀에게 배우자를 가급적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아무리 부부 갈등이 ‘칼로 물 베는 것’ 같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자녀에게는 ‘비난의 칼’, ‘독선의 칼’은 그 자체로 너무나 큰 상처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 ‘아빠로부터 엄마에 대한 비난’ ‘엄마로부터 아빠에 대한 원망’을 듣게 되는 경우, 자녀들은 마음 깊숙이 ‘충성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비난의 말을 듣는 자녀는 ‘부모 자체에 대한 근본적 믿음’에서 결국은 ‘누구 한 편을 지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며, 이것은 동시에 자녀에게 ‘지지하지 않는 다른편 부모에게는 본의 아니게 심한 죄책감’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부부 싸움’을 하려고 마음의 작전을 짜고 계신 분들, 특히 자녀를 내 편으로 끌어들여 배우자의 흠집을 내고자 하는 분들, 비록 ‘칼로 물 베기’라지만, 자녀들의 마음에 실제로 크게 상처를 준다는 사실, 명심해야 합니다. 자녀들이 갖고 있는 마음은 정말 여리고,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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