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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87) 부부관계의 불편한 장애물

“배우자의 열등감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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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상담을 하다보면 결혼 직전 있었던 아슬아슬했던 상황들, 양가 가족에 대해 서운했던 감정, 괜찮게 사는 친구들과 비교되던 기억, 결혼 후 알게 된 배우자의 행동으로 힘들어했던 것 등 살면서 가슴앓이 했던 일들을 퍼붓곤 합니다. 그런데 한쪽 배우자가 열 내며 이야기할 때, 다른 배우자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아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어! 이거 정말 사람 잡겠네.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당신은 앞, 뒤 이야기는 다 빼고, 당신 상처받은 이야기만 하는 거야. 그럼, 나는 상처 안 받았어? 예전에 당신도 우리 가족들에게 어떻게 했는데! 당신이 툭 하면 내 친구와 나를 비교하며 비꼴 때, 그거 나를 두 번 죽이는 것인지 몰라?”

즉 ‘상처 받은 사람은 있는데, 정작 상처 준 사람은 없는 상황’. 왜 그럴까요? 그건 ‘열등감’ 때문이며, 이것은 부부관계를 불편하게 하는 장애물입니다.

사실, 부부관계 안에서 오랫동안 기억되는 상처 대부분은 믿었던 배우자로부터 자신의 ‘열등감’이 까발려질 때입니다. 이러한 ‘열등감’은 평소에 잘 드러나지 않다가, ‘욱’ 하는 감정이 일어날 때면 쌓아둔 ‘열등감’ 찌꺼기들이 서로 뒤섞여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누군가가 자신의 ‘열등감’을 건드리면 참지 못하지만, 배우자로부터 자신의 신체나 외모 혹은 학력, 성장 배경이나 가족사 등에 대한 ‘열등감’이 건드려지면, 그 순간 ‘부끄러움과 배신감’으로 인해 말로도 표현하기 싫어집니다. 왜냐하면 ‘열등감’ 안에 있는 ‘낮은 자존감’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상처를 가슴에다 묻어두기에, 다른 쪽 배우자는 그런 일들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날, 흔히 있는 말다툼 중에 주제가 과거 이야기로 돌아서게 되면, 마음에 담아둔 ‘열등감’을 ‘이때다!’ 싶어 폭발시킵니다. 그럴 때 다른 쪽 배우자의 반응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당황하면서 어처구니없어 하면서, 큰 부부싸움의 도화선이 됩니다.

부부 여러분! 부부란 ‘배우자의 열등감’에 귀를 기울이고, ‘나의 열등감’을 배우자에게 기댈 수 있는 관계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건강한 부부관계 형성을 위해 서로가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 서로의 ‘열등감’을 치유해 주는 마음의 의사가 됩니다.

특히 ‘명의’는 각자의 ‘열등감’을 치료해 줄 의사인 배우자에게 신뢰를 가지고, 평소 속 깊은 대화를 자주하고, 일상 안에서 행동으로 신뢰감을 심어주며 산다면, 자신의 ‘열등감’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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